[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2기 진용을 갖춘 사실상 첫 회의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하자 금융투자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 정부 들어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권 강화를 재차 강조해온 가운데 이번이 첫 반대표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와 KT 대표이사 건에 대한 의결권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외에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서는 이전과 비교해 '찬성' 결정이 많아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2기 위원회는 전문가 단체가 추천한 3명이 추가되면서 이전보다 시장·기업 친화적 성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 더욱 주목된다.
16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제3차 위원회를 열고 포스코홀딩스 등 총 10개사의 정기 주총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고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2023.02.10 kh99@newspim.com |
핵심은 신한금융의 주총 안건인 '사내이사 진옥동 및 사외이사 성재호·이윤재 각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 정부 들어 KT, 포스코 등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의결권 강화 방침을 재차 밝혀온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직접 언급했고,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 CEO의 선임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주주이익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책위 관계자는 이번 반대표 결정 배경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감시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진 회장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조용병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후임으로 내정됐다. 진 회장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이었던 2021년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신한지주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번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외에 블랙록(5.71%), 우리사주조합(5.13%)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이 오는 31일 주총에서 윤경림 사장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주총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 안검을 다룰 예정인 만큼 수책위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책위는 오는 17일 열리는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본점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을,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 폐지의 건'은 '반대'를 결정했다. 같은 날 열릴 삼성중공업의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포스코홀딩스의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 폐지의 건'은 주주총회 참여 경로 축소 등 주주권익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 결정했다"면서 "삼성중공업은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외 기업들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을 결정한 점도 관심이다. 수책위는 메리츠증권(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17일), NAVER(22일), BNK금융지주(17일), 롯데칠성음료(22일), 현대모비스(22일), 현대홈쇼핑(23일) 등 7개 기업의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회사 측 제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및 반대 결정은 최근 몇년 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의결권 행사 안건 수와 반대표 행사 내역수는 2020년 15.7%(3397건 중 535건), 2021년 16.3%(3378건중 549건), 2022년 23.3%(3439건 중 803건)으로 급증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직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가운데 '이사 및 감사 선임'은 2020년 49.8%, 2021년 38.7%, 2022년 33.3% 등 압도적으로 높다.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도 2022년 28.1%에서 2021년 36.1%, 2022년 49.2%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기 수탁위원들이 이전 보다 시장·기업 친화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분위기가 전과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열린 지난 13일 수책위 회의에서 삼성전자와 계열사 임원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한 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임원 선임 건에 무더기로 반대 의견을 낸 것과 상반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올해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표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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