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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개혁] ② 건보료 수입 20% 국고지원 '고무줄'…주요국은 어떻게

기사등록 : 2023-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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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63.3%…건보 재원 보험료→준조세 중심
일본 28.7%…75세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 시행
기금화 논쟁…재정상황·전망 자주 알려 투명성↑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3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노인 진료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진 데다 문재인 케어 추진 이후 고가의 각종 검사 등에 대한 보장성 확대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 등 주요 적자 원인을 비롯한 대응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법적 근거가 지난해 말로 일몰돼 건강보험료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건보 국고 지원을 재개하는 작업에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

건보 국고 지원이 해마다 법정 지원 기준인 20%에 미달하는 등 모호한 기준에 의한 과소·한시적 지원 제도가 도마에 오르는 만큼 법적인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작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 건보 재정 지원 비중은 보험료 수입액의 13~14.8% 범위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고무줄인 한국과는 달리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에선 건보에 보험료 수입의 20~60%를 조세 재원으로 재정 지원하는 등 국가로서 책임 의식이 엿보인다.

◆ 일본 28.7%·프랑스 63.3%…고령화 속 국고지원 강화

최근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일본·프랑스·독일 등 대표적 사회보험방식 의료보장체계 국가에선 공적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 추세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고령화·의료비 상승 등 건보제도의 위협 요소가 커지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36개 의료보험조합을 둔 일본은 조합의 관리운영비 또는 급여비 일부를 지원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의료비 재원 마련이 힘들어진 일본은 2008년 75세 이상이 가입하는 후기고령자의료제도를 도입, 재원의 50%(중앙정부 41%·지방정부 9%)를 부담하고 있다. 전체 건보 수입에서 정부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28.7%로 꾸준히 비슷하게 유지 중이다.

프랑스는 건강보험 급여비 충당을 위해 국고에서 사회보장분담금(CSG) 세율을 인상하고 사회보장목적세(ITAF) 지원을 확대해 보험료 부담을 낮췄다. 건강보험 포함 사회보험의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사회부채상황기여금을 운영 중인 가운데 건강보험 재원 구성을 보험료 중심에서 준조세 중심 형태로 재원 구조의 중심을 바꿔가고 있다. 정부지원 비중이 63.3%로 가장 높다.

독일의 경우 일반적 질병치료와 관련 없는 항목에 국가책임을 강화하고자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험 외 급여비(임신·출산, 모성수당 등) 명목으로 건보에 국고지원 중이다. 또 네덜란드는 만 18세 미만 피부양자 의료비 지원 명문화, 벨기에도 원천징수세액을 재원으로 한 대체 재정을 도입하는 등 주요국들이 국가의 재정운용 책임·역할 강화로 건보 지속 가능성을 꾀하고 있다.

◆ 건보 재정 건전성 우려…기금화 능사 아냐

건보 재정을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국가재정에 포함해 국회 심의·의결을 거치게 하자는 기금화의 경우에도 추진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있다.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위해 재정당국과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찬성론자의 주장과 자칫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라 건보 재정 운영이 휘둘릴 수 있다는 반대·신중론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 건보 재정은 건보공단의 일반회계로 관리된다. 복지부가 관련 예산을 승인하며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국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는다. 주요 정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노동·경영계 위원 8명, 의약계 위원 8명, 복지부·심평원 등 공익위원 8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복지부가 임명해 사실상 복지부 통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한국의 이런 건보 제도를 두고 지난달 기재부와 협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우 특이하다"고 평가했다. 재정당국이 건보 지출을 모니터링할 수 없고 지출 증가율을 정할 수 없는데도 정부 예산이 자동 투입되는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회원국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의료보험 기금 예산에 반드시 국회 검토·승인을 얻도록 했고, 벨기에는 정부가 의료 지출의 실질 증가율을 결정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투명성 제고를 위해 건보 기금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건보 보장성 강화가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건보 보장률은 2021년 기준 64.5%로 OECD 평균 보장률 80%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재정 통제 측면에서 기금화가 제시되고 있는 만큼 현 보장률 수준에선 당장의 기금화보다는 내부 통제 방안을 통해 재정 건전성·투명성을 높여야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일례로 재정 관련 변동사항 발생 시 국회에 상시 보고하는 등의 조정을 비롯해 재정 총량과 제도운용의 자율성 두 관점을 조화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 자주 보고하고 재정전망을 포함해 주요 사안을 국민께 정기적으로 알리는 것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일 것"이라고 했다. 건보 기금화는 국민과 의료공급자간 합의를 위해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kh9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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