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애를 낳지 않고 가장 빨리 늙어 가는 나라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6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매년 약 50조 원을 쏟아부어도 출산율은 세계 최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최저임금 이하로 도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월 급여 100만 원 수준으로 청년들이 쉽게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여 출산율을 높이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자마자 여론의 찬반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부 언론에서 찬성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성계, 노동계, 시민단체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고용부도 부정적 의견이다. 조정훈 의원의 발의는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처럼 우리도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하자고 국무회의에 건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싱가포르와 우리는 여러 가지로 조건이 달라 비교할 수가 없고 외국인에 대해 최저임금을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해서 묻혔는데, 조정훈 의원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싱가포르 사례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은 여러 언론에서 이미 팩트체크 하였다. 또한 외국인도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조약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법의 대원칙이나 헌법정신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회가 그 정도 수준은 될 것이니 법안이 통과될 리도 없을 것이다.
김도균 제주한라대 특임교수(한국이민 대표행정사).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작금의 우리 이민정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고 세계적 수준의 이민정책을 수립한다고 공언하였고, 이를 위해 얼마 전 유럽 출장도 다녀왔고 상반기 중 이민청을 설립하겠다고도 했다.
이민정책은 어떤 외국인을 얼마나, 어떻게 데리고 와서 우리 사회에 잘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약 200만 명의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중 40만 명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소위 불법체류자로 숨어 지내고 있다.
이들 중 열악한 노동조건과 주거환경으로 황당하게 목숨을 잃는 일이 잊어 버릴만하면 뉴스에 나오고 있다. 합법의 틀 속에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 근로자나 농어촌 계절 근로자도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도입과정의 비리로 무단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데리고 오면 대부분 불법의 영역으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고, 국가가 이를 강제한다면 노예계약이라는 국제적 비난으로부터 피할 길이 없다.
저출산과 초고령사회에 외국인 돌봄서비스 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외국인 가사근로자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는 없다. 오히려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가정에 외국인력 도입을 허용하여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국가의 노력이 더 시급하다.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외국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보장 장치와 차별금지는 당연한 일이다. '인력을 수입했는데 사람이 왔다'는 유럽의 사례가 이민정책에서는 아직 유효하다.
김도균 교수는 외국 이주민 문제 전문가다. 1988년 법무부 출입국관리직 7급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김포공항 출입국심사관, 법무부 이민정보과장과 출입국심사과장 등을 역임하며 30년 넘게 이주민 이슈를 다뤄왔다. 주중대한민국대사관 1등 서기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특히 2018년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500명에 이르는 예멘 난민 신청자의 관리·심사를 맡았다. 이어 2019년 3월부터 2년간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이주민들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했다. 퇴임 이후에는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로 발령받아 학내 이민정책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