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전력 소비자들이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과 관련된 대국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19.06.11 onjunge02@newspim.com |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각 구간을 나누어 상위구간으로 갈수록 기본요금 및 구간별 전력량요금이 가중되는 이른바 '누진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1974년 12월 최초 도입됐으며 당시 누진율은 1.6배였다.
소비자들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이같은 누진제를 적용하도록 한 약관은 공정성을 잃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누진단계와 누진율이 지나치게 과도해 전력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불이익을 입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소비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기사업법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차등요금, 보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주택용 전력요금 체계가 누진제 방식을 채택한 것은 여기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은 생산시설 가동시간대 조정 등을 통해 전기사용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주택용은 사람들의 일상시간이 일정해 탄력적 조절이 어려워 누진제 방식을 택한 것은 합리적 이유에 근거한다"며 "주택용 전력의 경우 산업용, 일반용에 비해 공급대상자가 많아 배전비용과 관리비용도 비교적 높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또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전기사업법은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판매 사업자가 전기요금 등 세부적인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이를 토대로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고 인가를 받았다면 고객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누진제는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여 도입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관련 규정이 전기요금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해서 책정됐는지 평가하는 절차 등을 두고 있는 점을 볼 때 누진제 책정은 관련 절차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정된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정책에 따라서는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 등 다양한 방식의 전기요금제가 누진요금제와 함께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이 주택용 전력에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한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을 담당한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2014년부터 누진세 소송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1만203명의 소비자들이 총 14건의 소송을 걸었다. 이들이 한전에 요구한 청구액은 58억여원에 육박한다.
소송 중 한 건은 2017년 1심 법원인 인천지방법원에서 승소했으나, 2019년 2심에서 뒤집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나머지 사건들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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