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나 당장 여론의 뭇매도 버거워하는 실정이다. 일관된 요금정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수요가 급증하는 계절에 전기·가스 요금폭탄을 또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 참석,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다만 당정은 이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결정을 보류했다. 원가 이하의 에너지요금이 지속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공기업 재무상황 악화 및 안정적 에너지 공급기반 위협,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등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정부가 오는 31일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될 2분기 가스·전기요금의 인상여부를 발표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9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의 모습. 2023.03.30 hwang@newspim.com |
당정은 서민생활 안정,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 조속한 시일내에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요금 인상이 늦어지면서 한전과 가스공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 연기될 경우에는 한전의 채권 발행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오르면 '한전채 쏠림현상'과 같은 채권 시장 교란 요인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한전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하게 되면 2024년에는 한전의 법정 사채발행 한도 초과 상황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전력구매대금 지급 차질, 기자재 및 공사대금 지급 곤란으로 한전의 재무위기가 발전사, 공사업계 등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올해 kWh당 51.6원(분기당 약 13원)의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전은 인상 효과로 17조5000억원의 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13원 가량을 분기별로 올리는 것이 불투명할 뿐더러 이미 2분기는 추가 인상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기대되는 추정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전의 시각이다.
해마다 6~7조원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송·배전망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사가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에 보내지 못해 버리게 되는 발전소 출력제어 규모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의 안정성도 취약해져 더 큰 국민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정부가 오는 31일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될 2분기 가스·전기요금의 인상여부를 발표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9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의 모습. 2023.03.30 hwang@newspim.com |
가스공사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원가회수율이 62.4%에 불과해 미수금이 2022년 말 기준으로 8조6000억원에 달한다. 가스요금 인상 요인 올해 말께 미수금은 1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규모로 연간 이자는 4700억원 수준이다. 하루에 13억원을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 2일에는 산업부가 한국전력·가스공사 사장단과 경영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돌연 취소되기까지 했다.
일각에서는 여론 추이를 봐야 한다는 여당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여당 측은 요금 인상으로 국민이 많은 부담을 떠안기 때문에 자구책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가스공사의 경영 리스크가 관련업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여당에서는 이와 관련한 에너지 정책안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지난 정부를 두고 요금을 올리지 비난했던 여당도 집권 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에너지공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경비를 아끼는 방법으로는 현 경영 상태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구책을 마련하긴 해야 되겠으나 요금 정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다 획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영 전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