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송기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자 지난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로 7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낮 12시쯤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2.07 photo@newspim.com |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이 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안 처리 이후 40개의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이상 넘게 떨어지면 생산량 일부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정부의 의무 매입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어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주무부처인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현재도 만성적인 공급 과잉인 쌀의 생산 구조가 더 심각해진다"며 "2030년에는 초과 생산량이 63만톤(t)에 이르고 이를 정부가 사들이는데 1조4000억원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쌀값 하락, 식량 안보 저해, 타 품목과의 형평성 논란 등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추경호 장관 역시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농업 생산액 가운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지만, 쌀 관련 예산 규모는 30% 이상 차지하는 커다란 편중과 불균형이 온다"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이로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1호 거부권' 행사 사례로 남게 됐다.
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진다. 재의결은 과반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재의결시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양곡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재의결 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만약 재의결되면 해당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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