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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강남 납치·살해' 사건..."근본적 경찰 시스템 바꿔야"

기사등록 : 2023-04-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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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강남 납치‧살인' 피의자 신상 공개 예정
경찰청 "보고 지연 인정, 대응 최선 다해" 해명
전문가들 일제히 '경찰 대응 부족' 지적해
"폐쇄적 보고‧광역 수사능력 부족‧과학수사 보완"

[서울=뉴스핌] 이정윤 조민교 기자 =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당시 피의자들의 차량 종류를 놓고 신고 내용에 혼선이 있었던 데다가 비슷한 유사 신고가 겹쳤다는 것이다. 또 폐쇄회로(CC)TV상 차량번호 식별이 어려워 시간이 지체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행 차량이 서울이나 고속도로 빠져나간 뒤 뒤늦은 공조요청을 했고, 경찰 지휘부에는 관련 사건 보고가 다음 날 아침에야 이뤄졌다.

경찰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내부 보고체계, 과학수사 보완, 수사능력 강화 등 근본적인 경찰 시스템이 변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대처한 것을 보면 잘했다고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라면서 "경찰의 매뉴얼보다 지역 간의 공조 문제 등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찰 내부의 보고체계도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밤이라 어두워서 자동차 수배가 늦어졌다고 했는데 결국은 과학수사가 보완돼야 한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현대 범죄 특징 중 하나가 광역화인 만큼 광역 수사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들이 장시간 운전을 해서 지방까지 가는 동안 체포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들은 문제"라며 "매뉴얼 상으로 긴급한 사건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경찰의 폐쇄적인 보고 체계가 '이태원 참사'에 이어 이번 강남 납치‧살인 사건에도 영향을 준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의 초동 대처에 문제는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했고 112에 신고도 된 사건"이라면서도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단 사람의 문제다. 누군가 한 사람만 보고하면 되는 건데 못한 거다. 그 정도로 (경찰이) 폐쇄된 문화이고 소통문화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매뉴얼대로 했다라는 주장만으론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디지털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경찰은 여전히 결재하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교수는 "이번 사건같이 광역수사 능력이 필요해서 국가수사본부가 생겼는데 아직 그런 조직적인 틀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FBI는 경찰에 소속된 게 아니고 지부가 있다. 우리는 한지붕 세 가족이다. 근본적으로 국수본이 중앙수사기능의 핵심으로서 독립이 돼야하고, 광역 사건 같은 경우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오는 5일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모(35)씨, 연모(30)씨, 황모(36)씨에 대한 피의자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만약 신상공개위가 공개 결정을 내릴 경우 경찰은 곧바로 피의자들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j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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