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최근 은행권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과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각) 공개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1월 제시했던 2.9%보다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기록한 3.4% 성장에서 대폭 둔화된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대부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올 초와 비교해 일본과 독일, 인도 등의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하향 조정됐다. 한국 성장률 역시 1.7%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IMF는 금리 인상으로 침체가 초래되는 '경착륙' 가능성이 급격히 고조됐고, 특히 선진국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 안정에 대한 위험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블룸버그] 2023.04.12 kwonjiun@newspim.com |
피에르 올리비에 고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강도 긴축의 부작용이 금융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UBS에 인수된) 글로벌 대형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불안한 투자자들이 다음 약한 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주요국 신용 경색 심화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가치가 급등해 신흥국 자본 유출 같은 복합 위기 형태로 확산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확률도 25%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졌던 적은 1970년 이후 단 5차례에 불과했다.
IMF는 향후 5년 동안 성장률이 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중기 성장 전망치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하면서도 IMF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으며 세계 경제가 불안한 길을 마주하고 있는 등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전망을 둘러싼 안개가 더 짙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랭샤스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비용 상승과 자산 손실의 위험을 마주하는 등 더 위태로운 상태가 됐다면서, 이러한 위험이 대출 축소로 이어지면 성장률이 부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은행 부문 위기가 올해 성장률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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