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학폭) 법률상담 의뢰가 급증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측 모두 법적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겠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학폭을 전문 분야로 내건 로펌과 변호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정부가 학폭 근절 대책으로 가해자의 학폭 기록을 4년간 보존하고 이를 정시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혀 불복소송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변호사검색을 통해 확인한 학폭 전문 변호사는 19명으로 확인됐다. 2019년 학폭을 전문 분야로 등록한 변호사는 4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9명, 2022년 14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변협의 변호사 찾기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에서 학폭을 키워드로 서울지역 활동 변호사를 검색한 결과 85명으로 집계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학폭 전문 분야 변호사로 등록하려면 변협에 관련 사건 처리 현황과 승소 사례, 협회에서 진행하는 연수나 교육 이수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최근 학폭 전문을 내건 로펌과 변호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전문 분야 등록 없이 타이틀을 내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학폭 이슈가 떠오르다보니 전문 분야 등록 없이 '학폭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내거는 변호사들도 많다"며 "학폭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연수원에서 알려주는 부분도 따로 없기 때문에 사건을 실제 다뤄보면서 학폭위나 행정절차를 경험한 이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변호사 업계는 학폭 상담 건수가 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폭력' 이라는 단어 탓에 형사 전문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형사사건 전문인 곽준호(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방금도 학폭 피해자 사건을 상담하고 왔다"며 "과거에는 아이들끼리의 단순한 다툼으로 여기고 넘어갔던 일들도 법률상담을 의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해 교내 학교폭력위원회의 징계를 넘어 형사나 민사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한다"며 "학폭 전문을 표방하는 로펌도 늘었고 가사사건을 주로 담당하던 변호사들이 학폭 사건을 수임하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졸업 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되는 학폭 조치 사항 기록 보존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 불복소송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학생부에 학폭 조치 기록이 4년까지 보존되고 입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삭제하기 위해 불복소송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정부의 대책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학폭 징계 처분 중 4호(사회봉사)~7호(학급교체)의 경우 졸업 직전 교내 학폭 전담 심의기구 회의를 통해 기록 삭제가 가능한 데,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의 동의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학생 간 소송 상황을 확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가해 기록 삭제에 불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학교폭력 전문인 이호진 변호사(법무법인 유일)는 "불복소송을 할 경우 심의에 불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대책은 기본권 침해"라며 "모든 행정처분에는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될 경우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학폭 징계도 행정상 처분이기 때문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폭 사건을 다뤄보면 경미한 사건이 대부분인데, 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의미가 없이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에서 불복소송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대책이 편중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피해 학생 동의확인서를 받으면 학생부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절차 탓에 2차 가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곽 변호사는 "학생부 기록을 삭제할 때 피해 학생 동의확인서를 받도록 해 2차 피해 우려도 크다"며 "학폭의 경우에도 성범죄 피해 등처럼 당사자에게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지 못하도록 국선변호사를 붙여주는 제도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