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주는 전기차 범위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받았던 외국 차 브랜드가 모두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고, 미국산 브랜드 차량만 보조금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 국세청이 17일(현지시간)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캐딜락과 쉐보레, 크라이슬러, 포드, 지프, 링컨, 테슬라 등 미국차 7개 브랜드의 22개 차종만 보조금을 받게 됐다. 22개 차종 중 중복되는 모델을 제외하면 16개 차종이다.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완성차 브랜드는 지난해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요건을 맞추지 못해 빠졌다. 특히 현대 제네시스 G70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 그룹의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차를 제외하고는 경쟁자인 유럽·일본의 차종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돼 동일한 조건이고,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렌트나 리스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예외로 인정받아 이를 이용하면 한국에서 수출한 전기차도 7500 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IRA 세부지침으로 세액 공제가 축소된 것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경쟁 측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번 미국의 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로 2위권을 넘보고 있을 정도여서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향후 미국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고 하더라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시 3750달러 지급되도록 한 조건에 맞추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이른바 경제 외교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방미를 수행할 경제사절단만 122명으로 구성, 대규모로 이뤄졌다.
그동안 정부는 IRA 문제에서 꾸준히 미국 정부를 설득해왔고 성과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미국 정부를 적극 설득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한국 정부가 요청해 미국이 리스 부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해 IRA 주요 규정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우방국의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IRA가 결정되기 전에 갔다면 대통령의 방문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바뀔 여지가 많지 않다"라며 "다만 IRA로 인해 미국과 FTA 관계이거나 우방국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이야기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를 쓰는 차는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자유무역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자유무역 체계를 반하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지 의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IRA는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로 여겨졌던 미국이 인위적으로 자국 기업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뤄졌으며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 등의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로 IRA를 당장 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적용 유예 및 예외 확대 등을 논의할 수는 있다. 윤 대통령의 방미에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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