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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소진에 고개 드는 '무자본 갭투자'...수도권 일부, 전세가율 90% 넘어

기사등록 : 2023-04-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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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갭투자 화성·평택·분당·연수구 순으로 많아
자기자본 3·4천만원으로 사실상 무자본 갭투자
집값·전셋값 하락시 보증사고 증가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급매물이 소진되고 주택 매수심리가 개선되면서 무자본에 가까운 자기 돈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최고가 대비 20~30% 하락해 가격 메리트가 생긴 데다 반등시 적지 않은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대출 규제가 완화된 것도 투자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분석된다. 최근 빌라와 오피스텔을 비롯해 갭투자를 활용한 대대적인 전세사기가 적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갭투자가 확산될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 달 새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100건)로 나타났다.

경기도 평택시가 66건, 성남시 분당구 65건, 인천 연수구 64건, 시흥시 63건, 세종시 6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주택은 모두 집주인이 아파트를 사들인 후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례들이다. 작년 하반기 주택거래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매매뿐 아니라 갭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가 최근 투자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 2월 화성시 '병점역에듀포레'(778가구)의 전용 84㎡는 3억원에 매매됐다. 그 직 전세거래가 2억7000만원에 이뤄졌다. 집주인은 3000만원만 내고 아파트 한 채를 산 셈이다.

지난달 화성 병점동 주공1단지(1044가구)의 전용 49㎡는 2억원에 거래됐으나 전셋값은 1억6000만원에 달했다. 병점동 느치미마을주공2단지(649가구)의 전용 59㎡는 매매가 2억3000만원에 전셋값은 1억8000만원이다. 이들 주택도 자기자본 4000만, 5000만원을 들여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월 평택시 세교동 부영(1590가구)의 전용 59㎡는 매맷값 1억6500만원, 전셋값 1억5000만원으로 갭차이가 15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달 거래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센트럴시티(2610가구)의 전용 59㎡도 매맷값과 전셋값이 각각 4억5000만원, 4억3000만원으로 격차가 2000만원에 그쳤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가 넘어 통상적으로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7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물론 집값 하락 여부와 상관없이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갭투자를 한 집주인은 계속 전세보증금 반환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전셋값은 집값을 넘어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즉 집값이 떨어지면 전셋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성시 평택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급매물이 소진되고 집값 반등 기미가 보이자 적은 비용으로 갭투자할 수 있는 매물을 찾는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며 "집값이 뛰면 투자액 대비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세입자에 전세금을 내주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천 미추홀, 경기도 동탄 등에서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전셋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사고 건수는 총 7974건으로 지난해 4분기 2393건의 3배가 넘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다가구주택이 3928건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순으로 많았다.

이런 보증 사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값 하락으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힘든 집주인이 늘고 있어서다. 집값과 전셋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1~2년전 거래건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에 노출된 상태다. 집값 반등이 이뤄지면 집을 매각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지만, 현재로선 회복 시기나 거래시장 정상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리얼 & 인베스트먼트 민수진 부장은 "주택시장 호황 때 전세거래가 이뤄졌던 거래건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전세보증 사고, 전세사기 등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경기둔화 우려, 금융불안, 고금리 기조 유지 등으로 집값 회복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갭투자보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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