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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후폭풍…'주거사다리' 빌라시장 무너진다

기사등록 : 2023-05-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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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빌라 전세 거래량 2만6130건…전년比 37.2% ↓
빌라 '주거사다리'에서 '사기수단' 전락
"빌라 시장 침체기 불가피…이미지 회복 상당 기간 소요"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오던 빌라 전세·매매 거래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집값 하락에 일부 아파트로 옮겨간 수요도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탓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2021년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역세권에 위치한 신축 빌라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층이 몰렸고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책을 내놓으면서 빌라 전세사기의 주요 고리로 꼽히는 '깜깜이 시세'와 악성 임대인 정보 등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당분간 빌라 거래량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빌라 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1분기 빌라 전세 거래량 2만6130건…전년比 37.2% ↓

올해 1분기 전국 빌라 전세 거래량은 2만6130건으로 전년 동기(4만1639건) 대비 37.2% 감소했다. 같은기간 아파트 전세 거래량도 줄었다. 올해 1분기 아파트 거래량은 16만364건으로 전년 동기(17만3075건) 대비 7.3% 감소했다. 다만 빌라 전세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9.4%에서 올해 1분기 14%로 5.4%포인트 줄어들었다.

빌라 전세 기피 현상은 매매 거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의 빌라 매매 거래량은 1만730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3만3273건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1분기 8만8862건으로 같은 기간 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지난해 1분기 두배 이상 차이나던 빌라와 아파트 거래량이 180도 뒤집어졌다. 올해 1분기 빌라 매매 거래량은 4650건으로 전년(8915건) 대비 4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은 3503건에서 6986건으로 두배 가량 올랐다.

서울 가운데 빌라 매매 거래가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강남구다. 지난해 1분기 209건에 달했던 매매 거래는 70건으로 일년새 66.5% 감소했다. ▲양천구(-65.7%) ▲강서구(-64%) ▲중구(-63.1%) ▲송파구(-61.8%) ▲서초구(-61.4%)등도 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는 집값 급등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고점이란 인식이 강했던 탓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층이 빌라로 몰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빌라왕' 전세사기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빌라 거래량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빌라 전세 거래량은 2만7921건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0월 1만826건에서 11월 9055건, 12월 8040건으로 점차 감소세가 뚜렷하다.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4만1248건으로 월별로 보면 10월 4만9141건, 11월 4만5104건, 12월 4만7003건이다. 11월 소폭 하락 이후 다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 금리 인상으로 인해 월세 선호도가 높아진 시점임을 감안하면 빌라가 집중된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여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 '주거사다리'에서 '사기 대상' 전락…빌라 시장 침체기 불가피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 등락폭이 적은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서민층이 일정 기간 거주하며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주거 사다리 이미지가 강했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시점에는 '대체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특히 역세권에 위치한 신축 빌라임에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의 이미지는 '주거사다리'에서 '사기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희망을 주는 대신 절망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수단이 된 것이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전 같았으면 똑같은 돈으로 노후된 아파트 전세로 들어가기 보단 역세권 신축 빌라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더 많았었다"면서 "거주하는 동안 목돈을 마련해 아파트로 넘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다리 역할을 했던 빌라가 지금은 완전 배제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데다 피해자 구제 방안도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고 있는 만큼 당분간 빌라 거래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책 등을 내놓긴 했지만 이미 빌라촌에서 집중적으로 전세사기가 발생한 만큼 악화된 이미지가 개선되기까진 상당시간 소요될 것"이라면서 "전세사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빌라 시장이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들이 빌라 뿐 아니라 비아파트 유형애 대한 거래를 기피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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