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섞인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마시게 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최대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영리 목적 미성년자에게 마약류 투약' 혐의를 적용해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4일 범죄단체가입·활동,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특수상해 및 공갈미수 등 혐의로 길모(26) 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강남구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나눠준 뒤 학부모들을 협박한 '마약 음료 사건'의 일당인 길모 씨(왼쪽)와 김모 씨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길 씨는 마약 음료를 국내서 직접 제조해 사건 당일 강원 원주에서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고, 김 씨는 중계기를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중국에서 학부모에게 걸려온 협박전화를 국내 발신인 것처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3.04.10 hwang@newspim.com |
길씨는 중국에 체류 중인 보이스피싱 총책 등과 함께 마약음료를 제조해, 미성년자들이 투약하게 한 후 이를 빌미로 부모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길씨는 지난 3월 친구인 이모 씨의 제의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가입했다. 이씨로부터 필로폰을 받은 길씨는 이를 이용해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같은 달 3일 배포자 4명을 통해 '집중력강화 음료' 무료시음 행사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A군(15) 등 미성년자 13명에게 해당 음료를 마시도록 했다.
같은 조직원들이 A군의 부모 등 6명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돈을 주지 않으면 미성년 자녀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 했으나 피해자들이 불응해 미수에 그쳤다.
길씨와 함께 기소된 김모(39) 씨는 보이스피싱 총책 등과 함께 '070' 인터넷 전화를 '010' 휴대전화번호로 위장하는 중계기 유심칩 등의 이용 관리, 범죄수익 자금세탁을 담당하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조직에 가입한 김씨는 중계기와 144개의 유심칩을 관리하며 전화번호를 바꾸고, 조직원들이 A군의 부모 등을 협박하는 데 가담했다. 또 그는 차명 계좌로 1542만원의 범죄수익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3월 다른 이모 씨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은닉하고 길씨에게 수거하도록 한 박모(36)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3~4월 총 4회에 걸쳐 합계 약 2억원 상당의 필로폰 약 2kg을 같은 수법으로 판매한 혐의로 박씨를 지난달 28일 이미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길씨 등 가담자들, 그들의 통화상대방 등 약 300명의 계좌거래내역 및 출입국내역 등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중국 체류 중인 공범 이씨 등과 연계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책 이모 씨를 확인하고 추적수사 끝에 국내에서 검거한 뒤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특정의 무고한 청소년들에 대한 마약투약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하고, 중국 체류 중인 공범들의 검거・송환을 위해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 국제협력단, 중국 법무협력관 등과 함께 소재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경찰과 긴밀하게 협업 추가 송치 예정인 공범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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