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급매물 소진으로 주택 매매시장에 호가가 높아지자 대기 수요자이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이어지던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세가 6개월 만에 꺾였다.
시장에서 '바닥론' 못지않아 집값이 더 추락하는 '2차 하락론' 또한 제기되는 상황에서 추격 매수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가격 하락폭이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고 거래량도 절대적인 수치에서 아직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하긴 이른 측면이 있다. 경기둔화, 금리부담 등으로 주택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대기 수요자의 관망세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서울 아파트 거래량 3000건 목전에서 주춤
15일 부동산업계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5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673건으로 전달(2980건) 대비 10.3% 감소했다.
부동산 매매계약은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남은 기한을 고려하면 실제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소폭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거래량 합산이 이뤄져도 전달 거래량을 뛰어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3월 거래량이 3000건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올해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3000건대 초중반 수치가 예상된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 증가폭이 둔화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0월 이후 증가세를 지속했다. 작년 10월 한 달 거래량이 559건으로 바닥을 친 후 11월 729건, 12월 834건을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1418건, 2월에는 2021년 10월 이후 16개월 만에 2000건을 넘어 2458건으로 기록했다. 3월에는 3000건 돌파 직전까지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거래량이 소폭 줄어 6개월 만에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저가 매수세가 많았던 지역의 거래량이 줄어든 모습이다. 매도호가가 오르면서 과거보다 높아진 몸값에 실수요자뿐 아니라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주택 매수)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에서 지난 3월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은평구(368건)는 지난달 128건으로 대폭 줄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94건에서 74건으로 강북구는 77건에서 45건으로 감소했다. 중소형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는 190건에서 191건으로 비슷했다.
◆ 경기둔화, 고금리 우려 여전...관망세 확산
집값 바닥론에 영끌족이 늘어나고 주택매수심리가 회복되고 있지만 과도한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거래가 늘었다지만 절대적인 수치로는 과거 정상화 시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상태다. 월별 거래량으로 2020년에는 최고 1만5000건이 넘었고 2021년에는 5700건을 웃돌았다. 올해 거래량이 작년 말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저효과 영향이 큰 것이다.
집값도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2월 전국 아파트값이 2년 5개월 만에 하락 반전한 이후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완화 이후 올해 들어 매수심리가 다소 개선됐지만 하락폭이 둔화했을 뿐 지표상으로 여전히 마이너스 흐름이다. 급매물 소진으로 매도호가가 높아지자 거래시장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경기둔화 우려,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무리한 대출을 이용한 주택 매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집값 하락폭이 둔화하고 거래량이 늘었지만 주택시장이 '바닥'에 접근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경기둔화, 고금리 기조 등으로 주택경기 회복 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워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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