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퇴직 전 금품 지급을 약속받고 고등학교 체육 코치직을 그만둔 다음 돈을 받았더라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공직자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2008년부터 C고등학교에서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임용돼 체육 코치 업무를 하던 경기지도자 B씨는 2018년 경 자신이 퇴직하는 대신 A씨가 근무하는 조건으로 A씨로부터 매달 400만원씩 총 468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행위, 공직자 등에게 수수금지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모두 처벌하고 있다.
B씨는 2017년 12월 19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A씨는 이듬해 1월 8일 경 C학교 경기지도자로 임용됐다. 이후 A씨는 당초 협의한 대로 2018년 1월 25일부터 약 1년간 B씨 계좌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A씨가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할 당시 B씨가 이미 퇴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들이 금품 제공을 약속한 시점은 늦어도 B씨가 경기지도사로 재직할 당시인 2017년 12월 초순경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B씨가 사직하는 경우 A씨가 채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A씨의 채용을 조건으로 금전지급을 약속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B씨에게 468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항소한 이들은 A씨가 경제사정이 악화된 B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준 것이라며 청탁금지법상 '수수금지 금품 등'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과 특별히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수수금지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항소심은 "증거를 종합하면 A씨가 B씨에게 지급한 돈은 'B씨가 그만두고 A씨가 채용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대가'로 보일 뿐 청탁금지법상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도 "원심이 B씨가 청탁금지법이 정한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며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금액인 4680만원에 대한 추징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 원심의 추징 명령을 파기했다.
대법은 "B씨에 대해 금품 등 약속으로 인한 청탁금지법위반죄만 성립하는데 피고인들이 금전 수수를 약속할 당시 그 수수할 금전이 특정돼 있지 않아 이를 몰수할 수 없었다"며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로부터 4680만원을 추징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 조치에는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B씨에 대한 추징 부분은 파기하되 이 법원이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스스로 판결)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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