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경기침체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라면업체들은 불황 특수를 누리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황형 소비의 대표 품목인 라면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그간 K라면에 적용했던 수입규제를 해제하면서 하반기 성장세도 빨라질 전망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43억원 대비 672%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 추정치는 8596억원으로 같은 기간 13.6% 증가할 전망이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3분기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오뚜기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상승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추정치는 8862억원으로 12.2% 상승이 예상됐다. 삼양식품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2845억원, 29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 11.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뉴스핌DB] |
이들 라면업체들은 지난 1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단행한 라면 가격인상 효과가 표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가격인상 및 원재료가 상승세 완화, 그리고 경기침체 그늘이 더욱 짙어지면서 2분기에도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라면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평균 가격을 11.3%, 오뚜기는 11.0% 올렸다. 삼양식품은 같은 해 11월 라면가격을 평균 9.7%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지난해 같은 기간(109.72)보다 13.1%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2월(14.3%)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이처럼 라면 가격 상승폭이 적지 않음에도 소비자들의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등 전반적인 먹거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비교적 저렴한 라면으로 소비자들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서민음식의 대표주자인 라면이 불황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도 라면을 비롯한 불황형 소비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은 "소비 침체 속에서도 수요가 덜 위축될 수 있는 품목을 영위하는 기업에 기회 요인이 많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고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정크푸드 카테고리가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라면업체들의 해외시장 성장도 지속되고 있다. K푸드 인기에 힘입어 K라면이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관련해 농심의 올해 1분기 해외법인 매출액은 26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고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액은 같은 기간 18.9% 늘어난 1579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매출액이 국내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오뚜기도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진을 '진라면' 모델로 발탁해 해외 공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말 기준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한 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그간 한국라면에 적용되던 유럽시장의 수출장벽도 낮아졌다. 유럽연합(EU)은 했던 한국산 라면에 대한 수입 규제를 내달부터 해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U는 지난 2021년 8월 한국산 라면에서 2-클로로에탄올이 검출되면서 수입 규제를 단행한 바 있다. 국내 라면기업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 개선을 위해 공조한 결과 수출과정에서 추가서류제출 의무 등 부담이 해소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규제 완화로 그간 컨테이너별로 별도 제출해야 했던 안정성 검사 비용과 그에 따른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현지 시장에서 한국 라면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받은 만큼 장기적으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라면의 주 재료인 팜유와 소맥의 국제원가는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설탕값이 오르고 있어 원가 변동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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