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금품을 받기로 약정한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을 면했다.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한 뒤 그에 대한 잔여 의혹과 나머지 '50억 클럽' 인사들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검찰은 그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50억 클럽 의혹'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박영수 전 특검 2023.06.29 leemario@newspim.com |
◆ 法 "구속 상당성 인정 어려워"…檢 "기각 사유 납득 어렵다"
유 부장판사는 "박 전 특검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현시점에서 박 전 특검을 구속하는 것은 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여,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의 최측근 양재식 변호사도 비슷한 사유로 구속을 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수 관련자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 소속 검사들은 전날 법정에서 220여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사안의 중대성과 그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부각하며 구속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리은행 컨소시엄 관련 민간업자의 청탁, 청탁이 우리은행에 전달된 과정, 여신의향서 제출 등 청탁의 실현, 민간업자들로부터 이익 수수 및 약속 등 모든 단계별로 관련자의 진술 및 객관적 증거 자료를 갖고 설명했다고 한다.
◆ 12월 특검법 표결 예상…부담 커진 檢
애초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한 뒤 그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고문료, 그의 딸이 화천대유로 빌린 11억원과 아파트 분양 등의 대가성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한 뒤, 이후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나머지 50억 클럽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수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박 전 특검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 검찰은 그에 대한 보강수사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로 인해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이 오는 12월 표결이 예상되며, 현재 국회 의석 구조상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그동안 50억 클럽에 대한 뒤늦은 수사로 비판받았던 검찰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해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그 대가로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우리은행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내부 반대로 결국 컨소시엄 참여는 하지 않기로 했으나,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되면서 역할이 축소됐고, 이로 인해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뒷돈의 규모가 200억원 상당에서 50억원으로 줄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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