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픈AI의 대화 생성 AI 'ChatGPT'에 대응해 한국어 특화 생성 AI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사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만든 초대규모 AI와 경쟁하기보다 한국어 특화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보다 생성 AI 서비스의 상용화 시점은 늦었지만,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 포털 시장을 점령한 구글이 유일하게 완전히 점유하지 못한 시장으로 문화적 코드가 강한 만큼 경쟁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AI 전문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차세대 초대규모 AI를 기반으로 한 생성 AI 서비스의 상용화 시점을 재차 연기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의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 모두 오랫동안 수많은 국내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보다는 한국 시장 환경에 맞는 킬러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의 해외 기업들은 데이터 반출 등의 우려로 서비스 대응이 느린 단점이 있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AI 사업에서 비상 대응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네이버는 당초 검색 챗봇을 올해 상반기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출시 시점을 한 달가량 미뤘다. 빅테크의 '외산 AI'가 기대 이상으로 수준 높은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출시 시점을 다소 늦추더라도 서비스 완성도를 키워 시장에 내놓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구글 바드, 챗GPT 등 외산 AI 챗봇에서 발생한 '환각' 현상과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상당 부분 공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하이퍼클로바X, 네이버의 복수 언어 초대규모 AI로 한국어 데이터 학습에 강점
네이버는 이달 중 AI 검색 서비스 '큐'를 선보이고, 다음달에는 '대화형 에이전트(가칭)'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네이버의 차세대 초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하며, 질의응답을 비롯해 업무 메일 초안 작성, 글 요약 등의 기능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2021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모델이다. 네이버는 올해 2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 2023'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한 복수 언어모델로, 오픈AI와 구글의 초대규모 AI인 'GPT-4', 'PaLM2' 등 영어 중심 모델과 비교해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이 많은 게 차이점이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생성은 물론 한국 사회의 법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네이버 초대규모AI '하이퍼클로바X' 로고. [사진=네이버] |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데뷰 키노트에서 "하이퍼클로바X는 고객이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하이퍼클로바와 결합해 사용자 니즈에 맞는 응답을 즉각 제공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며 "개별 서비스부터 특정 기업 또는 국가 단위까지 누구나 저마다 목적에 최적화된 AI 프로덕트를 만들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 이후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해 오브젠, 폴라리스오피스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과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해왔다. 건설, 에너지, 교육, 금융, 법률 등 각각의 분야에서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만들어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게 네이버의 계획이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선보일 큐는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가 GPT-4 모델을 활용해 선보인 검색 서비스 '뉴 빙(New Bing)'처럼 검색에 특화된 서비스다. 대화형 에이전트는 질의응답 외에 글을 요약하거나 메일 초안을 작성하는 등의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관계자는 "큐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검색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고,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와 연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대화형 에이전트 역시 네이버 자체 서비스뿐만 아니라 외부 서비스 API와의 연동도 검토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더 실험적이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큐와 대화형 에이전트는 B2C 서비스로, 하이퍼클로바X는 기업 고객들이 자체적인 AI 서비스를 만들거나 내부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B2B로도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이미 하이퍼클로바도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 외에 글로벌 B2B 사업으로 네이버웍스(라인웍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업무용 협업 도구 서비스 경쟁력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카카오브레인, 다양한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이미지 생성 및 의료영상 판독문 서비스 선보일 것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한국어 특화 초대규모 AI 'KoGPT 2.0'을 공개하고, 이를 활용한 한국형 대화 생성 AI 서비스인 'KoChatGPT(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인 '칼로(Karlo) 2.0'과 의료영상 기반의 판독문 초안 생성 서비스인 'AI-CAD 엑스레이 웹 데모'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다.
핵심인 KoGPT 2.0은 카카오가 2021년 공개한 초대규모 AI 'KoGPT'를 고도화한 모델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처럼 한국어와 영어 등을 학습한 복수 언어모델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지난 5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GAA 2023' 행사에서 "(올해 어떤 서비스를 보여줄 것인지)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언어모델 자체를 오픈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카카오브레인은 내부적으로 3~4개의 프로젝트팀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현재) 이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연내 1개 정도의 프로젝트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생산성 도구와 관련해서도 희망하는 파트너사들에게 모델도 제공하고 있다"고 초대규모 AI 사업 현황을 소개한 바 있다.
카카오브레인 AI 서비스 포트폴리오. [사진=카카오브레인] |
카카오는 지난달 12일 김병학 카카오 AI TF장을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로 선임해 초대규모 AI 및 버티컬 서비스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장과 이미지 생성은 물론 텍스트와 이미지 판독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글로벌 멀티모달 생성 AI 전문 회사가 되겠다는 게 카카오의 목표다.
카카오는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협업해 AI 시인 '시아'를 선보이고, 국내 대학 병원들과 의료영상 분야에서의 초거대 AI 모델 연구를 위한 연구 계약을 체결, AI 신약개발사 '갤럭스'에 투자해 AI 기반 항체 신약 설계 플랫폼 구축을 진행하는 등 각각의 분야에서 특화된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왔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한국어 특화 초대규모 AI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와 상식을 기반으로 더 익숙하고 적합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챗GPT가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초대규모 AI의 활용처는 다양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초대규모 AI의 잠재력이나 실질적인 효용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를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도 직접 발굴과 동시에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찾아갈 예정이다. 긍정적인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버티컬 AI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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