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인건비가 부담돼 권리금을 손해 보면서 가게를 내놨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가게를 처분할 생각이다"
경기도 양주 고읍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김모(52)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묻는 말에 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올해 초부터 가게를 운영했으나 꼬박 1년 만에 가게를 접게 됐다. 그는 "지금 최저시급이 시간당 거의 만원이 아니냐. 정말 많이 비싸다"며 "주변 사장님들도 알바를 고용할 여력이 안 돼 직접 운영하는 사람도 많고 가게를 폐업한 곳도 많다"고 부연했다.
5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다른 내년도 최저시급을 제시하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여기서 더 오른다면 너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5일 오전 동작구 성대전통시장 인근 상권의 모습. 2023.06.30 dosong@newspim.com |
서울 동작구 신대방삼거리역 앞에서 7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54) 씨는 "야간까지 합쳐서 모두 5명의 알바생을 고용하고 있다. 버는 돈은 같은데 해마다 인건비, 가맹비 등이 빠지면 남는 돈이 없다"며 "현재도 밥 먹을 돈이 없어 폐기로 허기를 채우고 있고, 알바생 없이 혼자 9시간을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최저시급이 더 오르면 하루 14시간을 혼자 일해야 하는데 그럼 너무 힘들어서 일을 못 한다"고 했다.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에서 2명의 아르바이트생과 60석 규모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이정원(68) 씨는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묻는 말에 대뜸 "데모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장사는 사람 힘이 필요해서 고용해야 하는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인건비를 올리는 건 상권을 다 죽이는 짓"이라며 "안 그래도 코로나 때 타격이 심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지금 손님도 없다"고 토로했다.
내년도 최저시급이 만 원이 넘는다면 장사를 접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속출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만원은 안 넘었으면 좋겠다", "만원이 넘는다면 가게를 접을 것"이라는 사장님이 더러 있었다. 또 "최저시급은 올리더라도 주휴수당만이라도 빼달라"는 반응도 많았다.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왼쪽부터)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3.06.29 swimming@newspim.com |
일부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인건비에 대한 대체재로 '서빙 로봇'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국밥집 사장 이정원 씨는 "하도 인건비가 올라서 서빙 로봇을 알아봤다"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생각을) 접었는데 인건비가 너무 오르면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은 힘든 상황이다. 로봇이나 키오스크 등 자동화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발길을 끊기 일쑤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점주 김씨는 "무인매장은 인건비 부담은 없겠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안 찾는다"며 "그래서 점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람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물가가 다 올랐는데 임금이 안 오르면 사람을 못 쓴다"거나 "나는 장사를 하지만 자식들은 회사원이기에 올랐으면 한다"는 등 이유에서다. 또 "최저시급이 올라야 소비가 촉진돼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노사는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날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1만2130원, 경영계는 9650원을 수정안으로 각각 제출했다. 이는 한번 조정을 거친 수정안이지만 양측 모두 1% 미만의 미미한 변화를 보여 재수정안 제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임위는 오는 6일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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