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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직 관리들 "한·중 대화 재개, 미·중 '디리스킹' 영향…진전엔 한계"

기사등록 : 2023-07-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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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슨 "경색된 한중관계 정상궤도 되돌리기 시도"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한·중 외교당국 간 고위급 대화가 재개된 것은 '위험 관리'에 들어간 최근 미중 간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분석했다. 양국이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만큼 관계 진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5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국과 중국이 고위급 외교당국 대화를 재개한 것에 대해 "지난 몇 달간 경색된 한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4일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과 만나고 있다. 2023.07.05 [사진=외교부]

그는 특히 이런 움직임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잇따른 중국 방문에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외교부는 최영삼 차관보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을 만나 한중관계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중 외교 당국이 고위급 대화를 재개한 것은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한·중 양자 관계, 북핵 문제, 공급망과 교역 등 양국 현안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외교부는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을 둔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한국과 중국 모두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으며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양측이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리스 전 실장은 한국과 중국이 중요한 경제 교역 상대이며 많은 인적 문화적 교류가 이어지는 만큼 양측이 대화를 통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한중 외교당국 대화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소통'을 재개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18~19일 미 국무장관으로선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잇따라 만났다. 이어 오는 6일부터 9일까지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찾아 미중 고위급 소통을 이어간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지금은 외교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위험 억제', 즉 '디리스킹(de-risking)'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에서 20년 이상 아시아 문제 등을 다뤘던 토머스 신킨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미중 기류에 대해 "미국이 갑자기 (중국과의) 모든 문제를 내려놓고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때라고 결정한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이제 우리도 중국에 유화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킨 연구원은 "오히려 중국과 매우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최소한 좋은 소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봐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도 이런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현 대중국 기조와 관련해 "경쟁할 분야를 제외하고 협력할 분야를 찾자"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처럼 중국이 이런 접근에 동의해야 하지만 기꺼이 그렇게 할지 회의적"이라고 봤다.

이어 중국을 상대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 모두의 국익에 부합하고 경제나 전략적 입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디리스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가, 또 중국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정보국(DIA)과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데릭 그로스먼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벗어나고 '디리스킹(위험억제)'에 진전을 이룬다면 한중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 한국과 권위주의 정권 중국이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만큼 양국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중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중국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보다는 항상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하게 지내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여기고 이에 대해 분노하고 보복하려 하면서 (한국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같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한국 측의 정책에 대해선 '경제적 보복'을 가하면서도 한편으론 최근 외교 당국 대화를 재개한 것과 같은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타이완해협의 긴장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대만 문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외교당국 회동을 통해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돼 왔다고 확인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양측이 조금만 더 외교적 기교를 발휘한다면 핵심적인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연기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올해 말 개최 여부가 외교적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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