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배정원 기자 = 경찰이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충북을 포함한 행정기관 다수가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는 제방과 도로관리 책임 소홀 여부 등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경우 최고 책임자인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처벌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 관계자와 군 인력 및 장비들을 동원 16일 오후 수색및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침수 물을 퍼내자 버스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북경찰청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8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지하차도와 300~400m 거리의 미호강 둑이 무너지자 물이 범람했고, 430m 구간의 터널에는 2~3분 만에 6만t의 물이 찼다. 15대의 차량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이날 기준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폭우가 예상되는 상황에도 관할 행정기관이 사전에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방 관리도 부실했다며 이번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법조계는 수사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보고를 제 때 하지 않거나,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며 "보고나 매뉴얼대로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누군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공문을 보낸 시간이나 연락한 시간 등을 확인해 책임을 가려야한다"고 말했다.
사고의 예견 가능성이 지방자치단체와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어떤 보고나 정보를 접했을 때 충분히 사고를 예견해 대비할 수 있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고 사고를 예견할 수 없어서 통제하지 않은 정도라면 책임을 면할 것"이라며 "앞서 있었던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사건이 선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사망사고인 만큼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7월 집중호우로 차량이 물에 잠겨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건과 유사하다.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사고 당시 부산 동구청장은 금고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보다 높은 수위의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대시민재해 항목이 규정한 '공중이용시설'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규정한 시설물이 포함되는데, 규모에 따라 제1종~제3종으로 구분해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설물이 주로 해당된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궁평2지하차도는 '2종 시설물'이다.
송인택 중대재해처벌법 실무연구회장(전 울산지검장)은 "경찰이 우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는지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고의 책임은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행정기관장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업무상 과실보다 처벌 기준이 높아 최소가 징역 1년이고 최고형은 25~30년"이라며 "금강홍수통제소와 도청, 시청 등이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1차적 책임은 무너진 제방을 관리한 곳에 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대재해를 전문으로 다루는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또한 "지하차도가 2종 시설에 해당한다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담당 공무원들의 주의 의무 위반은 인정되더라도 작위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높게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사고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입증하고 더 나아가 영장 청구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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