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사회

"내가 표적될 수도" 일상 파고든 공포...호신용품 구매·검색 ↑

기사등록 : 2023-07-24 12:52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누구든 표적 될 수 있어' 공포 확산...호신용품 관심
칼부림 영상 급속도로 유포...트라우마 우려도
전문가 "경찰·지자체 연계 관리 필요"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서울 신림동 칼부림 사건 이후 '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노약자가 아닌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행인 점에서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 중이다.

특히 범행 영상이 메신저나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 "취객만 봐도 조심하고 있어요"

직장인 박현제(33) 씨는 24일 "주말에 신림동을 지나가는데 섬찟했다. 걸음이 조금 이상하거나 술에 취한 듯한 사람이 보이면 거리를 두고 걷게 되더라"라며 "당장 나부터 운전할 때나 술 마실 때 작은 일로 시비 붙는 일 없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조모(33)씨가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22일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3일 신림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2023.07.23 leehs@newspim.com

대학생 서모(22) 씨도 "친구들끼리 '운이 없었다면 내가 당할 수도 있었겠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무방비 상태에서 그런 일을 당하면 힘쎄고 젊은 남성이라도 막을 방법이 없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호신용품을 준비하겠다는 이들도 늘었다. 지난 23일 기준 네이버 쇼핑 인기검색어에는 호신용품이 1위, 삼단봉·호신용스프레이·전기충격기가 4~6위를 차지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자영업자 박지영(38) 씨는 "안 그래도 여름이라 가게에 취객이 많이 오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호신용품들을 구매해 두기로 마음 먹었다"며 "초등학생 딸, 아들 것도 사고 싶은데 힘이 약해서 오히려 (범죄자에게) 역이용 당할까 고민되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호신용품 구매시 사용 방법을 숙지하고 충분한 사전 연습을 거쳐야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위급하고 당황한 상황에서 쓸 수 있으려면 미리 사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호신용품점 안내나 온라인 교육 영상을 통해 눈으로만 익힐 게 아니라 평소 여러 번 훈련을 반복하고 기본 체력도 갖춰야 역이용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신용품의 종류나 방어 수위, 상대방과의 관계 등에 따라 정당방위 인정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곽 교수는 "상대방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를 갖고 공격한다면 정당방위로 인정 받기 힘들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고, 이를 막기 위해 호신용품을 사용한 경우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모(33)씨가 23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7.23 leehs@newspim.com

◆ 칼부림 영상 급속도로 유포...트라우마 우려도 

사건 발생 당일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해당 영상을 받았다는 최은우(26) 씨는 "일부 장면들이 머릿 속에서 계속 떠올라 이틀간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속이 울렁거렸다"고 호소했다.

그는 "톡방을 황급히 나오면 또 다른 톡방에서 '그 영상 봤냐'며 공유하고 있더라"라며 "참사를 단순 호기심이나 흥미거리로 소비하는 분위기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상을 봤다는 엄예슬(30) 씨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이전에 일어났던 국내외 흉기 난동 사건들까지 연관돼서 다 올라오더라"라며 "끔찍한 영상들이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온라인상에 규제 없이 너무 쉽게 노출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범행 영상을 반복적으로 게시·유포하는 사람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 전문가 "경찰·지자체 연계 관리 필요"

지난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로 2년 뒤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지난 5월 부산 정유정 살인 사건 등 묻지마 살인 사건이 흉포화·반복 되고 있다. 전문가는 잠재적 위험군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나 알콜 중독자 등 입원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중증 상태의 경우에도 혼자 살며 방치돼있는 사례가 많다"며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이미 동네에서 몇 차례 민원이나 신고가 접수된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112신고 출동시 단순 조치로 끝낼 게 아니라 동사무소와 연계해서 집중 치료 및 관리를 해야 한다"며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실질적 치료에 나서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llpass@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