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교원을 상대로 한 법률분쟁 발생 전 학내 분쟁조정 기구 도입을 통해 갈등을 중재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적 판단을 구하기까지 수년간 시간이 소요되고 그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도 분쟁조정 기구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향후 시범도입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정웅채 변호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원대상 법률분쟁 사례분석 및 교육청 지원방안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8.01 choipix16@newspim.com |
2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금융부동산규제연구원 측은 전날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교원대상 법률분쟁 사례분석 및 교육청 지원방안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회에서는 금융부동산규제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 책임연구원인 정웅채 변호사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 기구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법률분쟁이 발생했을 때 선생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빠른 분쟁 해결과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학교분쟁조정위원회 도입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교원지위법 제19조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관련 분쟁을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각 내용이 '분쟁 조정'으로만 명시돼 있어 실질적으로 조정을 의결하는 사항은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구를 도입해 교원과 학부모 간 갈등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교권보호위원회에 대한 학부모 신뢰성 여부도 문제다. 교권보호위원회 구성원은 학교장이 임명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 1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해당 학교 교원, 대학 조교수 이상의 전문지식인, 해당 학교 학생의 학부모, 변호사, 경찰 등으로 구성된다. 더욱이 교권보호위원회 명칭 자체가 교권을 보호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위원회 구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법률전문가 구성원을 늘리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중간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관계자 및 교사들이 7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공동연구원이자 금융부동산규제연구원 부원장인 박종철 변호사는 "금융기관은 회사마다 분쟁을 조정하는 부서가 있는데 거기서 난 결론은 판사님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며 "교육활동에서 일어나는 법률분쟁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제약하고 교원을 대체하기도 어려워 부대적 비용이 상당해 이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발표된 분쟁 사례에는 대전의 고등학교 교사가 7년간 법적 분쟁에 휘말린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2014년 6월 학생 간 다툼이 벌어져 피해 학생 부모가 가해 학생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4년 후 피해 학생 승소로 판결됐다. 이후 가해 학생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배상의무를 지게 된 학교는 2021년 담임 교사에게 구상금 6000만원을 청구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9월, 법원의 청구기각으로 마무리돼 교사는 소송전에서 벗어나게 됐다.
교원의 고의·중과실이 없음에도 8년이 돼서야 분쟁이 종결되는 등 교원 개인이 짊어지는 고통도 상당할뿐더러 그간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발생하게 된다.
법률 분쟁 상담을 위한 학내 변호사 제도 활용 문제가 개선될 점도 지적됐다. 교원 17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법률분쟁이 발생했을 때 동료 교원에게 상담한다는 교사는 전체 28%, 가족·친구 등 지인 11.9%, 교장·교감 31.3%, 법률분쟁을 겪은 동료 교원 8.4%였지만 변호사 상담은 12.2%에 불과했다. 전체 80% 이상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서울시 같은 경우 변호사를 명예 교사로 두고 학교 내 1명 이상 변호사가 배정돼 있다"며 "현장 교원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도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서울시교육청에서 시범적으로 분쟁조정위원회를 도입할 의사를 밝혔다. 조 교육감은 "분쟁조정위원회의 화해 의견에 공감한다"며 "관련 내용을 법제화하는 등 살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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