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범행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조사가 이뤄졌거나 범행 특성상 정확한 시기를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 검찰이 공소사실에 피의자의 범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더라도 방어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대마) 혐의로 기소된 백모 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백씨는 2021~2022년 필로폰을 소지·수수·투약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는 필로폰 0.1g을 일회용 주사기에 넣어 타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도 있다.
1심은 백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치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백씨가 필로폰 불상량을 소지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백씨가 2021년 11월 하순께 대구 달서구 월곡로에 있는 B에서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법정에서 진술태도, A씨 본인도 처벌받을 위험성을 감수한 점 등을 고려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하자 백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백씨는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과 함께 검찰의 공소사실 특정에 대한 법리오해도 주장했다.
공소사실 기재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 하지만 백씨는 검찰이 본인에 대한 공소사실에서 범행일시를 '2021년 11월 하순 20:00경'으로 개괄적으로 표시해 특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가 다소 개괄적으로 표시돼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범행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제보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그 일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또한 제보자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마약류 소지 범죄의 특성에 비춰 그 범죄 일시를 일정한 시점으로 특정하기 곤란해 부득이하게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부분은 범행 장소의 적시를 통해 다른 범죄사실과 구별될 수 있고, 그 일시가 비록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라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어 원심판결에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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