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를 폭행·협박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직원 유모 씨와 박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사진=뉴스핌DB] |
이 판사는 유가려 씨가 유씨와 박씨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지만 일부 번복한 증언에 대해서는 수긍할 만한 설명이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과도 배치된다며 유가려 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행정조사관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인계할 뿐 직접 대공 혐의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이 유가려 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가하면서까지 유우성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진술을 받아낼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또 "피고인들이 조사실에서 유가려 씨를 폭행했다면 공개된 장소인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숙소 등으로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부합한다"며 "국정원 응급구조자 작성 기록 등에 따를 때 해당 기간 동안 유가려 씨가 폭행당했다는 기재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유가려 씨를 폭행·협박하는 방법으로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이 불리한 진술을 하게 하고 유우성 씨의 형사재판에서 위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고인들이 국정원 직원인 만큼 이날 선고는 관련 법령에 따라 피고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차폐시설(가림막)이 설치된 상태에서 선고가 진행됐다.
유우성 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정원 안에서 가혹행위가 있었고 가려를 망신 준 명백한 증거에 대해 판사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10년이 흘러 사람의 기억이 똑같을 수는 없는데 무죄를 준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의롭지 않은 대한민국의 이 법정이 피해자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며 "항소심에서 더 밝힐 수 있는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조사관이던 유씨와 박씨는 2012년 유가려 씨를 조사하면서 폭행과 협박을 하고 유우성 씨가 간첩이라는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은 국정원이 서울시청에 근무하던 탈북자 유우성 씨가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전달하는 등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당시 국정원이 유씨를 불법 구금해 강압적인 조사를 벌이고 관련 증거들을 위조하는 등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유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간첩 혐의를 벗었다.
이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2월 국정원이 유가려 씨로부터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유유성 씨는 국정원 조사관 및 검사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이듬해 3월 유씨와 박씨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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