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에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 취급에 나이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
은행권의 50년 주담대 나이제한 도입 이슈는 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을 선보인지 약 2달 만인 이달 말쯤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농협은행은 50년 주담대 상품을 당초 2조원 한도 특별판매로 기획했었지만,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 상품의 별도 한도를 설정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다가 돌연 당초 계획한 한도를 소진하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는 31일이면 한도가 다 찰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 영향을 꼽는다. 금융당국이 급증한 가계대출 원인으로 50년 주담대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지난달 1068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지난 1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이)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을 사용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소득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지난 1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사라진 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작동하면서 소득 범위에 따라 대출이 되기 때문에 실질소득을 넘어선 대출이 일어나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점검 결과를 살펴본 뒤 하반기 가계대출 정책에 반영할지 챙겨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다른 은행에서도 해당 상품 중단을 검토하는지 관심이 집중됐다. 시중은행들은 아직 판매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시그널에 따라 나이 제한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가 DSR 규제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상품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상품 출시 때부터 만 34세 이하만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왜곡 없이 운영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줄 경우 은행들이 50년 주담대에 나이제한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담대 연령제한에 대해선 '역차별'이라는 지적과 함께 합리적인 규제 도입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잡는데 중요한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서도 원칙 지켜가며 금융을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을 볼 때 초장기 주담대는 초장기 신용대출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기간을 확대할 때 생기는 상환 리스크가 커지지만, 주담대는 우리나라의 가장 기본자산인 주택을 담보로 하는 상품인 만큼 빚만 대물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도 대물림 하는 것이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잦은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잦은 금융정책 변동으로 혼선이 있어왔던 만큼 추가적인 정책 변동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