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송현도 기자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지난 12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감사원이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지를 따지기 위해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치권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청소년 문화 올림픽'으로 불리는 잼버리 대회는 여의도 면적의 3배(8.84㎢)에 달하는 간척지에 159개국 청소년(만 14~17세)·지도자·운영요원 등 4만3225명이 참가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부지에 세워진 텐트에서 12일 동안 야영할 계획이었다.
[잼버리 파행 후폭풍] 글싣는 순서
1. 전조 무시한 대회..."중앙·지방 모두 책임"
2. 국회 '네 탓' 평행선...25일 여가위, 책임 가릴까
3. 재조명된 새만금 30년..."개발 계획 되돌아 봐야"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돌아가기 전인 지난해, 프레잼버리 행사가 개최 한 달 전에 취소됐다. 프레잼버리는 본격적인 잼버리 개최 전 행사 운영과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사전 행사다. 이후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잼버리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전조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온열환자 속출·비위생적 시설...일부 조기 퇴영으로 '반쪽'
새만금 잼버리는 2017년 8월 유치에 성공한 이듬해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2020년 여성가족부 장관, 김윤덕 민주당 의원 등 2인이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올해 2월에는 행정안전부, 문화체육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공동위원장 5인 체제로 확대했다. 3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스카우트연맹의 명예총재로 추대되며 "전폭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달 1일 전북 부안군에서 개막한 잼버리 대회에서는 첫날부터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새만금 잼버리 현장대응팀 일일 상황 보고'를 보면 지난 7월29일부터 8월 7일까지 벌레물림, 화상 등 누적환자는 총 8500명으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벌레 물림이 2142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일광화상 1433명, 피부병변 1059명, 온열손상 712명, 상기도감염 403명 순이다.
화장실 등 위생문제도 대회 기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여가부와 전북도는 57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세심한 배려' 항목으로 지정해 비데 있고 에어컨 시설을 갖춘 화장실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대회 중에는 '푸세식' 화장실을 보고 놀라는 스카우트 대원의 모습이 온라인에 공유되는 등 위생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잼버리는 개회 개최 사흘 만에 영국, 미국 스카우트 대원이 조기 퇴영하는 등 반쪽짜리 행사로 막을 내렸다.
[부안=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5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폭염으로 대부분의 야외 프로그램이 중단되자 실내 프로그램 현장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몰리고 있다. 2023.08.05 choipix16@newspim.com |
◆ 부지 선정·컨트롤타워 부재..."중앙·지방 모두 잘못"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잼버리가 파행으로 돌아간 데에는 애초에 부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매립한 지 10년이 넘어 안정화된 기존의 부지가 아닌 새로 갯벌을 메워 부지를 조성하면서 미처 염분이 빠지지 않아 나무가 자랄 수 없었다. 또 농지관리기금을 동원하기 위해 관광·레저용지가 아닌 농업용지로 바꾸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못한 부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프레잼버리가 열리지 않은 것도 전조 중 하나로 꼽힌다. 조직위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취소했는데, 당시 폭우로 배수 문제가 발생해 프레잼버리를 취소한 게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의원은 김현숙 장관에게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으나 김 장관은 대회가 임박한 올해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프레잼버리 당시 시설이나 계획이 예정보다 훨씬 뒤쳐져 있었고 조직도 작동이 안됐다"며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충분히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었는데 사건이 터지니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하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여야는 책임 소지를 두고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북도가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잼버리를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파행의 근본 원인은 폭염 대책과 화장실 등 위생 문제에 대한 준비 부족, 초기 대응에 실패한 현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는 입장이다.
국회 여가위와 운영위는 각각 25일과 30일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현안질의를 할 예정이다. 여가위에는 김 장관이 출석한다. 앞서 지난 16일 국회 행안위에서 잼버리 관련 현안 질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회의가 파행으로 돌아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는 물론 정부여당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평하게 정부와 지자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중앙 정부는 3개 부처의 장관이 조직위원장이었지 않나"라며 "전북도도 실행 차원에서 공무원들이 많이 관여했기 때문에 책임을 미루는 건 누워서 침 뱉기"라고 지적했다.
다만 개최지인 전북도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교수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거 아닌가. 정확한 건 감사원 결과를 봐야겠지만 중심에는 전북도가 있다"며 "애초에 91년 강원 고성 잼버리에도 강원도가 중심이었다. 중앙 정부는 예산 지원하면 알아서 할 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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