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배정원 기자 = 새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후보자가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섰다. 법조계는 이 후보자에 대해 뚜렷한 소신과 함께 강한 추진력으로 새로운 사법부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26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할 것"이라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나 사법제도의 기본"이라며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 등 구체적인 현안 관련 질문에는 "아직 후보자에 불과하고 국회의 청문 과정과 인준동의 절차가 남아있으므로 더 말씀드리는 것은 주제넘은 말이 된다. 이 정도로 양해해주시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에서는 '정통 법관'인 이 후보자가 평소 보인 뚜렷한 소신을 바탕으로 사법부를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 후보자와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던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어떤 이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얘기하는 편"이라며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이기는 하나 재판이나 법리, 사법행정 이슈에 대해 뚜렷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생각을 식사자리에서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은 다른 후보자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추진하는 등 '그립감(장악력)'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산적해있는 법원 현안들이 많아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돋보여서 지명된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후보자가 과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취임식 때 한 발언만 봐도 자신의 소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분"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현 대법원장의 법원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1년 대전고법원장 취임사에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김명수 사법부'에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쏟아낸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균용 내정자 2023.8.23 leemario@newspim.com |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에 대해 "소탈한 성격이나 업무에서는 다소 깐깐한 분"이라며 "재판 업무라는 것이 철저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만 그런 분과 보조를 맞추려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처럼 대법관 경력이 없지만,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은 없지만 두 차례 법원장을 지내며 사법행정 경험을 쌓았다. 아울러 엘리트 법관의 상징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38편의 논문과 판례 평석을 발표하는 등 다방면에서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한 고법 부장판사는 "논문도 많이 쓰고 판사로서도 실력 있는 분"이라며 "성격은 단호한 편이나 친화력이 강해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부드럽다"고 했다.
다른 고법 부장판사도 "판결문을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간단하게 쓰는 분"이라며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인 점도 그만큼 학구적이고 본인의 법리 공부나 연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재판을 하면서 논문 한두 편도 못 쓰는 판사도 많은데 40여편이면 판례 평석을 포함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전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새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도 추천된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달 24일까지다.
이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변호사는 후보자 지명 뒤, "동기회에서도 기뻐했다"며 "다만 얼마 전 모친상을 당해 위로와 축하를 동시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후보자가 그간 대한민국 사법부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그 방향대로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며 "믿고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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