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금리 특별판매(특판) 자제령을 내리자 저축은행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연 5%대 금리를 제공한 예금 상품 만기를 코 앞에 두고 다시 한번 특판을 통해 예금 재예치 및 신규 유치를 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 고금리로 조달한 예금 상품 만기가 돌아오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특판을 준비 중이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상 조짐은 감지되고 있다. 스마트저축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를 연 4.41%에서 4.51%로 인상했다. 동양저축은행은 지난 23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20%에서 4.50%로 올렸다. HB저축은행은 지난 10일 1년 만기 e-회전정기예금 금리를 연 4.40%에서 4.50%로 인상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8월1일 OK e-정기예금 6개월 만기 금리를 연 3.50%에서 4.13%로 인상했다.
그밖에 다올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등도 이달 예금 금리를 올렸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지난 1일 연 4.03%에서 이날 4.08%로 0.05%포인트(p) 상승했다.
저축은행이 수신 금리를 올린 요인에는 만기 도래하는 예금 상품에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함이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가파른 인상으로 시중은행과 예금 금리 경쟁을 벌인 저축은행은 예금 금리를 지난해 10월 연 5.4%까지 올렸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몰리며 저축은행 수신 잔액(말잔)은 지난해 9월말 118조6822억원에서 지난해말 120조2384억원으로 1조5562억원 증가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07.04 mironj19@newspim.com |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다른 저축은행 금리 수준을 감안해 예금 금리를 조정했다"며 "만기 도래 전 특판을 통해 자금을 재유치해야 하지만 당국에서 특판 자제령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나빠진 수익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예금 이탈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 상반기 962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8956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전환이다. 예대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이자이익이 5221억원 감소한 영향과 대손비용이 6292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10월에서 12월 저축은행 조달 금리가 크게 상승했고 오는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 감안 시 저축은행 조달 비용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저축은행 수익성 저하 본격화를 우려했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확대 및 고금리 특판 예금 취급 등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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