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은 세계 최대 로봇시장이다. 산업용 로봇도 세계 최대시장이며, 서비스용 로봇도 세계 최대다. 국제로봇연맹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 53만 유닛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설치됐다.
중국의 전 세계 로봇 설치량은 9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국제로봇연맹은 로봇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이 2021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5번째로 자동화 정도가 높은 국가에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2021년 중국의 제조업 근로자 수 대비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대수는 1만명당 322대로 집계됐다, 1위 국가인 우리나라는 1000대, 2위 국가인 싱가포르는 670대였다. 중국 신화통신은 2022년 연말 기준 중국의 해당 수치가 392대로 전년대비 21.7%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로봇산업은 올해 역시 성장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2만2000 유닛으로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서비스 로봇 생산량 역시 353만 세트를 기록해 9.6% 늘었다. 공업정보화부는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 로봇 산업이 세계 로봇 산업 발전을 이끄는 '역군'으로 활약 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해 중국 내 전체 로봇 산업의 매출은 1700억 위안(약 30조77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5년 대비 10배 증가한 규모다. 또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의 생산량이 각각 44만 3000 유닛, 645만 8000 유닛에 달했다.
중국 자카로봇(JAKA, 제카지치런, 節卡機器人)이 개발한 공장용 협동로봇[신화사=뉴스핌 특약] |
◆ 2015년 중국 업체 점유율 고작 8%
그동안 중국의 로봇 시장은 외자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건설할 때 자국 공장에서 구매해 사용해 온 검증된 산업용 로봇을 그대로 발주했다. 중국 내 로봇 업체에는 공동개발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의 화낙(FANUC), 엡손(EPSON), 야스카와, 야마하, 가와사키, 나치, 미쓰비시 등 7곳의 일본 업체와 스위스의 ABB, 독일의 쿠카(KUKA) 등이 중국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9개 업체 중 화낙, 야스카와, ABB, 쿠카를 중국의 산업용 로봇 업계에서는 '빅4'로 칭한다. 쿠카는 중국의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가 2017년 인수했다.(본 기사에서 쿠카의 점유율은 중국 로컬 브랜드 점유율에 산입하지 않았음)
중국 로봇산업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공업용 로봇 시장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8%에 불과했다. 화낙이 18%, 쿠카가 14%, ABB가 13.5%, 야스카와가 12%로 빅4의 점유율 합계가 57.5%에 달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8%에 불과하기도 했지만,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감속기와 컨트롤러 등은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했다.
2016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9.7%로 소폭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 제조 2025' 비전을 발표하면서,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국가재정을 아낌없이 투자해 로봇 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 정부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점유율이 상승했다.
중국 중신중궁(中信重工)이 개발한 재난구조용 로봇[신화사=뉴스핌 특약] |
◆ 올 상반기 점유율 43.7%, 5배 이상 상승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36%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의 공업용 로봇시장 점유율은 화낙이 15%로 1위였다. 야스카와, ABB, 쿠카가 각각 약 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빅4의 점유율은 40%에 달했다. 엡손이 7%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다. 중국 브랜드인 아이스둔(埃斯顿)이 6%로 6위, 역시 중국 브랜드인 후이촨(汇川)이 5%로 7위였다. 일본 야마하가 4%였고, 가와사키가 3%, 중국 아이푸터(埃夫特)가 2%의 점유율로 10위였다.
10위권 업체 중 중국 업체가 3곳을 차지했다. 일본 업체가 5곳이었으며, 독일 업체와 스위스 업체가 각각 1곳이었다.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8%에서 2022년 36%로 6년만에 28%포인트(p)가 상승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MIR루이(睿) 공업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로컬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23% 증가했으며, 외국 브랜드는 11% 하락했다. 루이데이터는 수요가 부진한 시장 환경에서 로컬 브랜드는 가성비를 내세워 일부 영역에서 맞춤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반기 로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43.7%로 지난해 점유율 대비 무려 7.7%p 증가했다. 상위 10개사에 아이스둔, 후이촨, 아이푸터 등 3곳의 로컬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중국 로컬 업체 중 1위인 아이스둔은 화낙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중국 로봇 1위 업체인 아이스둔은 2019년 처음으로 10위에 오르며 10위권 업체에 등극했다. 이어 2020년 8위, 2021년 7위를 거쳐 2022년 6위까지 올랐으며, 올해 상반기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
중국의 로봇업체 시아순(SIASUN, 신쑹지치런, 新松機器人)의 자동차 공장용 로봇[신화사=뉴스핌 특약] |
◆ 핵심제품·부품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
산업용 로봇은 로봇 핵심 구조에 따라 대형 6축로봇(20kg이상 600kg이하), 소형 6축로봇(20kg이하), 수평다관절(SCARA) 로봇, 델타로봇, 협동로봇으로 나뉜다. 이 중 대형 6축로봇의 지난해 중국 국산화율은 17%에 불과하다. 소형 6축 로봇의 경우 국산화율은 37%, SCARA로봇은 31%, 델타로봇은 74%, 협동로봇은 80%였다.
지난해 산업용 로봇 판매액 중 35%가 대형 6축로봇이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대형 6축로봇의 국산화율이 가장 낮은 셈이다. 대형 6축로봇은 주로 자동차 공장에 사용된다. 대형 6축로봇이 수행하는 조립, 용접 공정은 높은 정확도와 안정성을 요구하며,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빅4'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중국 업체로는 아이스둔이 1위 업체로, 대형 6축로봇 시장 점유율 8%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용 로봇은 로봇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간에 접착력이 강하다. 로봇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의 소통을 통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며, 완성차 업체 역시 로봇 업체의 제품 성능을 고려해 공정을 설계 혹은 재조정한다. 완성차 업체가 기존의 로봇 업체를 다른 업체로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가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 업체에 기회가 생겼다. 중국 로봇 업체들은 외국 기업이 주목하지 않았던 태양광과 2차전지 공장용 로봇을 개발해왔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국산화율이 비교적 높다.
최근 전기차 생산은 2차전지 공정과 융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로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다. 전기차 공장이 지속적으로 건설되면서, 중국 대형 6축로봇 1위 로컬 업체인 아이스둔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기술적인 진보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전자학회 국제협력센터 왕환(王桓) 주임은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특허 신청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여러 해 동안 중국이 신청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외자 기업에 비해 낮다. 왕 주임은 "감속기, 컨트롤러, 제어 알고리즘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및 기술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중국 로봇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샤오미(小米)가 지난달 출시한 로봇 반려견 사이버독2[신화사=뉴스핌 특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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