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해 KT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전 대표가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11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대표와 전·현직 KT 고위 임원 7명에게 벌금 300만원, 다른 임원 2명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4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4.06 hwang@newspim.com |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맹모 씨 등 CR 부문(대관 담당 부서) 임직원들의 부탁을 받고 KT 자금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해 횡령했다"며 "회사 내 직위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고 있고 KT의 피해는 맹씨 등의 자금 반환으로 회복된 점, 피고인들의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KT의 자금을 착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 전 대표는 20대 총선 이후인 2016년 9월 경 KT 부사장급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자신 명의로 100만원씩 총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KT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되돌려 받는 소위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4억3800만원을 불법 기부한 것으로 보고 맹씨 등 대관 담당 임원 4명과 KT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또 구 전 대표 등 명의를 빌려준 임원들은 벌금형에 처해달라며 약식기소했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불복해 정식 재판을 받았다.
이날 선고는 구 전 대표 등 피고인들이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형사소송법 277조에 따르면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피고인만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유죄가 인정돼 지난 7월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대기업 임원으로 직접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국회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법인 관련 자금을 기부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맹씨 등 대관 담당 임원들은 1심에서 각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KT는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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