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후계 구도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故) 최종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아 SK그룹을 경영한 지 25년 만의 발언이다.
[서울=뉴스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와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개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움 만찬'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 대한상공회의소] |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후계구도에 대해 생각 중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K그룹 승계 계획과 관련 "내가 사고를 당한다면 우리 그룹은 누가 이끄나"라며, 다만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 나만의 계획은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타났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높아진 원인으로 미중 갈등을 꼽았다.
최 회장은 "미중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문제로 배터리 가격이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았다면 비용을 훨씬 더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SK는 핵심 소재를 100% 중국에 의존할 수 없기에 다른 곳에서 찾아야 했고, SK의 배터리 회사도 최근 아프리카와 남미를 방문해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서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다. 중국에는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자원이 풍부하지만, 전기 자동차 산업에서 세금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중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없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계속 수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는 "아주 좋은 소식이고, 환영한다"며 "우리의 반도체 보유량은 메모리 반도체이고, 메모리는 일종의 상품이다"라며 "상품 자체에 엄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메모리 부문이 더 심하다. 현재 불황이 이전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최근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들어간 것에 대해 "미국이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 이후 화웨이와 거래한 적이 없다"라며 "회사는 어떻게 화웨이 폰에 자사의 칩이 탑재됐는데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화웨이가 어떻게 칩을 확보했는지는 '미스터리'"라며 "내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자체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면, 더 이상 그 채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채널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기후 변화에 대처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보호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얻으려면 더 많은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