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컴퓨터 부품을 시중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인터넷 상품 판매글에 가격이 비싸다며 판매자를 비하하는 취지의 비판글을 올린 20대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21년 2월 15일 오후 1시 17분경 컴퓨터 부품을 판매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 판매 글 묻고 답하기란에 한 상품과 관련해 "40만원??? ㅋㅋㅋㅋㅋㅋ 그냥 품절을 해 놓으시지",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용팔이는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말이다.
당시 해당 상품의 통상 판매가는 40만원의 절반 이하였다. A씨는 판매자가 제품의 품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 하거나 실제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의심해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모욕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특정 표현은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라며 "판매자인 피해자의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정상적인 표현을 전혀 쓰지 않은 채 오로지 경멸적 용어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용한 표현을 가리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씨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상품은 품절된 상태였으나 피해자는 이를 즉시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게시글을 올렸고 판매가를 통상적인 가격보다 매우 높은 가격으로 정했다"며 "이 사건 게시글 작성 이전에도 '40만원??? 그냥 품절을 내놓으시지'라는 내용의 글 등이 작성돼 있었던 점을 종합해 보면 A씨의 글은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의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A씨의 글 게시 횟수가 1회에 지나지 않고, 특정 표현을 사용한 것 외에는 다른 욕설이나 비방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그 표현도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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