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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경찰의 가혹 행위...대법 "국가, 정신적 손해배상해야"

기사등록 : 2023-10-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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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체포·구속
헌재·대법서 긴급조치 9호 위헌·무효 판결
형사보상금 수령 후 손배 청구...원고 승소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긴급조치 9호' 당시 경찰의 가혹 행위에 대해 국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상고심을 열어 A씨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1975년 긴급조치 9호 발령 이후 부마항쟁에서 '현정부는 반독재다, 중앙정보부에서 데모 학생을 잡아 전기고문을 하고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린다'는 내용을 유포해 계엄포고 위반 행위 혐의로 1979년 10월 체포돼 구속됐다.

이후 A씨는 1979년 11월 1심 징역 1년, 1980년 3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됐다. 그는 상고했으나, 대법이 1980년 10월 기각해 형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 결정한 데 이어, 대법 또한 같은해 4월 위헌·무효로 결정했다. 이후 대법은 2018년 11월 이 사건 계엄포고가 위헌·위법해 무효로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A씨는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부산지법은 2019년 9월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이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A씨는 무죄 선고를 근거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부산지법은 2020년 3월 형사보상금으로 4676만원의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020년 11월 확정됐다. A씨는 해당 형사보상금을 수령했으나 이와 별도로 국가를 대상으로 위자료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상고심 쟁점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손해와 가해자를 원고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사건 소가 제기돼 소멸시효 완성됐는지.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 인정 여부였다.

국가는 A씨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주장한 반면, A씨는 신의칙에 위반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1심은 A씨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구금기간 중 피고 소속 계엄사령부 H본부 수사관들은 잠을 재우지 않고 며칠간 원고를 조사하였고 배후 단체와 I를 대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조 물에 머리를 집어넣어 숨을 못 쉬게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재심판결이 2019년 9월 27일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는 그 직후인 2019년 10월 16일 형사보상청구를 한 후 그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날인 2020년 3월 11일부터 6개월 이내이면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인 2019년 9월 27일부터 3년 이내인 2020년 3월 27일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피고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가는 상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대법 또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원고가 수사과정에서 피고 소속 경찰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부마항쟁보상법과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보상금등에는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위원회가 보상금등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규정도 확인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보상금등의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은 국가가 민주화 운동 등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정신적 손해는 별도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해왔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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