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혐의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카카오)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처벌 대상으로 카카오 법인을 지목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김범수 창업자에게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 명령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김범수 등 카카오 경영진이 받고 있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양벌 규정'을 적용하려는 의도다. 이 규정은 법인의 대표자 등이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분구조는 '카카오뱅크 27.17% → 카카오 24%(특수관계인 포함시) → 김범수'로 이어진다. 김범수 창업자의 위법행위로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강제매각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0.24 mironj19@newspim.com |
◆ 법제처, 인터넷은행법·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도 김범수는 지분심사대상 아냐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19년 김범수 창업자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김 창업자를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올릴 수 있을지 내부 이견이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제5조1항에 법인(카카오)이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34 이내에서 주식 보유 승인 심사 시, 법인을 지배하는 자(김범수)도 심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 김 창업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 법제처는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자'를 포함하여 심사할 수 없다"고 답했다. 즉 김 창업자의 카카오뱅크 지분 취득 심사 또는 매각명령을 할 수 없다.
법제처는 '법령에 사용된 문언의 의미에 대한 충실한 해석'을 그 근거로 들었다. 법령의 문언 자체가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면 다른 해석방법은 제한하라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 지분 한도초과보유 승인 여부의 심사 대상(대주주 적격성)은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직접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려는 자이다. 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오직 카카오라는 의미이다. 또한 한도초과보유 법인의 계열주에 대해 심사하는 별도의 규정도 없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자에 대한 승인과 관련해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중요한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를 특정해 심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고, 최대주주의 자격 심사와 관련해 "최다출자자 1인이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을 심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에서는 은행법에 따른 인가를 받아 설립된 은행은 금융회사에서 제외하고 있다.
법제처는 "한도초과보유 승인을 신청한 내국법인이 인터넷전문은행법 별표 제4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지 같은 법에서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되려는 내국법인을 지배하는 계열주까지 포함하여 심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내국법인의 계열주까지 심사 대상으로 보아, 심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오전 SM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 주가 조작 의혹에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23 leemario@newspim.com |
◆양벌규정 인정시 김범수 등 경영진 징계시 카카오법인 벌금형 가능
이런 점을 고려해 이복현 원장은 카카오 법인을 정조준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작에 김 창업자나 카카오 경영진이 벌금형 이상을 받는다면 양벌 규정을 적용해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448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임원 등 종업원이 특정의 법률위반 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데 더해 법인에도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의 위반(이번 사례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을 경우 인터넷은행 지분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 가운데 17%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카카오는 은행업에서 철수해야 한다. 이복현 원장은 "카카오의 불법 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박탈할 것"이라며 매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