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오피니언

[기고] AI시대, 외로움이라는 화두

기사등록 : 2023-10-30 08:46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분초를 다투며 사는 핵개인의 시대.'  한국 트렌드 2024를 꿰뚫는 정서는 치열하면서도 쓸쓸하다.

김난도 교수의 <코리아 트렌드 2024>에서는 첫 번째 키워드로 '분초(分秒)사회'를 꼽는다. 분초사회는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진 만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N배속으로 콘텐츠를 돌려 볼 만큼 시간 아끼기에 최선을 다하는 사회를 지칭한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쓴 송길영 저자는 핵가족에서 더 쪼개진 핵개인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며 가족 간의 부양과 돌봄의 역할은 줄고 AI와 기술의 도움으로 개개인이 온전히 독립적인 삶을 사는 새로운 질서의 등장을 예견한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방식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한다. 노인의 수가 청년을 추월하고 사회적관계의 디지털화가 보편화되었다. AI가 일상의 보조자로 등장했지만 경쟁은 더 치열 해졌고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영국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에서 현대인의 외로움을 '혼자 있다고 느끼는 정서적 상태라 기보다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에 내몰려 주변화되고 무력해진 느낌 혹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라고 재정의한다.

예를 들어 동료들에 비해 내가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거나 아무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것 같은 절망, 간혹 미디어 속 인물에게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 등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도시의 군중 속에 있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그리고 더 많이 더 자주 온라인에 연결될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허츠는 외로움을 만드는 주범 중 하나로 SNS를 꼽는다. 주변 일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내면의 분노를 부추기고, '좋아요' 같은 가시적인 것에만 몰두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AI도 외로움과 상관관계가 있다.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에 의하면 AI와 상호작용이 많은 직원일수록 외로움이나 불면증, 퇴근 후 음주 확률이 높았다. 미국,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실시한 생활 및 행동변화에 관한 이 실험의 일관된 결과는 AI사용은 외로움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동시에 AI 시스템을 사용해 격리하는 것은 정신적 또는 육체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빠른 속도에서 오는 에너지 소진도 외로움을 부른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현대 미국인들이 1950년대보다 훨씬 빨리 말하고 덜 잔다고 한다.

심지어 도시인들은 20년전보다 걸음을 10%나 더 빠르게 걷는다. 매년 유행의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이 짧아지고 하락속도 역시 빨라진다. IT 기술의 발달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요한 하리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정보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려는 욕망은 마치 목이 마르다고 소방 호스에 입을 갖다 대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무한정 정보를 얻고 혜택을 보겠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 사실은 탈진과 무력감을 부른다는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도 가속화의 한 요소다. 소유경제를 넘어 경험경제를 추구하면서 시간은 훨씬 예민한 기준이 되었다. 한정된 시간 내에 보다 많은 경험을 하려면 분초를 따져가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 보고 싶고 봐야 할 콘텐츠가 이토록 많으니 N배속으로 볼 밖에.

분초를 따져가며 갓생을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가속화된 삶의 방식이 지속되면 안정적으로 사색하고 자신을 반추하는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빠른 속도는 과다한 정보유입을 부르고 피로감을 느낀 뇌는 집중력을 잃고 단순한 사고와 즉각적인 반응 밖에 보이지 못하게 된다. 건강한 사고의 원천이 되는 여유를 잃게 만드는 셈이다.

고령자의 외로움 문제는 더 심각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로움 경험 비율이 높고 사회적 고립감도 크다. 단순히 감정문제로 끝나지 않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만성통증 등 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외로움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연 1조 달러 규모로 추정했다. 외로움은 이제 국가적, 사회적 문제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영국은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이후 자살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외로움이 각종 사고, 범죄, 자살률과 직결되므로 국가의 책임 아래 고독에 방치된 사람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IT기술도 동원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외로움 솔루션' 스타트 업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주가 외로움으로 인해 연간 1540억달러의 손실 입고, 노인의 사회적 고립으로 연 67억달러를 초과한 메디케어(미국 노인 의료보험) 지출이 발생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외로움이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만큼 의미 있는 일도 하고 비용도 줄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 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주로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알고리즘으로 찾아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상호간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회사들이다. 과연 기술이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초고령화, 핵개인, AI 시대로 접어들었다. 속도는 더 빨라지고 거쳐갈 정보량과 경험치도 현저하게 늘어날 것이다. 살핌, 돌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분초사회를 숨가쁘게 살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외로움과 고립감에 고통받을 수 있다. 남의 일, 나와 관계없는 사회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책적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노력이 사회적으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연락이 뜸했던 지인에게 안부를 전하자. 가능하면 직접 만나 함께 차라도 마시길 권한다.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건 미래의 나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다름에 많이 노출될수록 인간은 더욱 다면적으로 성장한다" 살피고 돌보는 일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든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공영장례 제단 모습 2022.12.02 mrnobody@newspim.com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CES 2025 참관단 모집

관련기사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