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은행권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횡재세'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책적 접근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무리수라는 불만이 크다.
추가 징세를 통한 초과 이익 환수의 경우 적법성 및 실효성 논란이 큰 만큼 서민지원출연금 확대 등 현실적인 상생금융 강화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횡재세 도입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3.11.01 photo@newspim.com |
횡재세(Windfall Tax)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에 대해 초과 이익을 환수(징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윤세로도 불리며 기본적으로는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해석되지만 초과이윤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이중과세 논란까지 거세다.
국내에서도 고금리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커지자 연초 횡재세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과 위헌 가능성 등이 제기돼 도입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이익을 많이 거뒀다고 해서 다른 기업과 다른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지금처럼 은행이라는 특정 업권을 횡재세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 역시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지적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 통화정책, 은행 자금조달 전략, 사회공헌 활동 등에 있어 도입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은행들이 '돈잔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대통령이 다시 원색적인 표현으로 은행 때리기에 나서자 횡재세 도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가져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발언한 데 이어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많이 하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소통이나 협의 없이 특정 정책 등을 무작정 추진한 사례가 종종 있어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연초 대통령 지적이 있었던 후 금융당국과 상생금융 등을 협의하고 추진했는데 갑자기 또 노골적인 때리기에 나서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적 교감 없이 일방적인 비난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노림수가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막대한 이자수익을 앞세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 책임을 정부가 아닌 은행권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횡재세 도입을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해 상생금융 확대 방안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 전문가들은 서민들을 위한 출연금 등을 늘리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사들은 서민금융법 시행령에 따라 2021년부터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금융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이 비중을 늘려 현 정부의 상생금융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자꾸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리를 내리는 것과 새로운 플레이어를 진입시키는 건 모두 정부 권한이다. 그걸 왜 은행탓으로 돌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발언이 더 나올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제대로 된 정책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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