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해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나서며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당 내에서는 많은 반발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당의 30%가 넘는 의원들이 대상에 포함된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의 혁신안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03 pangbin@newspim.com |
인 위원장은 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 측근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 요구가 '정치적 권고'라면서도 당의 결정을 촉구하며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진 혁신위원은 "가장 핵심은 김기현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에 혁신위의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중진들,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의 정치적인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어떤 혁신위원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 현역 의원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3선 이상 중진은 총 25명이다. 이 밖에 지도부와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까지 합할 경우 혁신 대상은 당 내에서 30%가 넘는다.
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에서 논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당에서 정식적인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지도부이자 울산 지역 4선 중진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스핌 DB] |
당 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진들을 일방적으로 불출마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상대 당 후보만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권력에 눈이 멀어 국정을 어지럽히는 윤핵관들은 정리돼야 하는 게 맞다. 다만 국민들께서 칼자루를 쥘 문제"라며 "혁신위가 진정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고 말만 번지르하게 내놓고 있다. 국민들께서 직접 정치인들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친윤계가 대상에 포함된 것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혁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며 "부산에 장제원과 아이들, 강원도 이철규와 아이들, 경남에 친윤이라고 거들먹 대던 아이들, 울산에 김기현과 아이들, 지도부의 듣보잡과 아이들, 용산 대통령실 출마 대기 아이들 모두 집에 가게 생겼다"고 반색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초선 이용 의원은 "당이 요구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인 위원장이 사전에 교감된 상태에서 발언을 했을 확률이 높다"면서 "지도부도 공식적으로는 반대하지 못 할 것이다. 사안을 계속 끌었다가는 최근 꺼내든 '김포 서울' 편입 이슈도 묻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답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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