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와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미 달러화 약세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데이터를 인용해 자산 매니저들이 이달 달러 포지션을 1.6%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매도세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에 따르면 이들은 10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3일 이후 매일 상당 규모의 달러 지분을 줄이고 있다.
최근 추세가 유지된다면 미 달러화는 이달 1년래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하게 된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이날 미국 동부 시간 오전 9시 30분 기준 전장보다 0.37% 내린 103.53을 기록했다. 지난 한 달간 달러인덱스는 2.8% 이상 하락했다. 이달 초 달러인덱스는 103.17까지 내리며 2개월 반래 최저치로 내린 바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이클 멧캘프 거시 전략 책임자는 "지난 2주간 흐름은 달러 수요에 대한 빠른 재평가를 나타낸다"며 최근 달러화 매도세가 이례적으로 확대된 미 달러화의 비중이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1.17 mj72284@newspim.com |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0.2%로 반영 중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3월까지 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에서 동결한 후 5월 이후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멧캘프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만일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달러화를 그렇게 많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이달처럼 달러화 보유 감소가 이뤄진 것은 단 6차례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11월로, 당시 달러화는 이듬해 1월 말까지 10%가량 약해졌다.
맷캘프 전략가는 여전히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달러화 포지션이 상당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추가로 진행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미 달러화는 지난 7~10월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로 7%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른 완화를 보여주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사라졌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로는 보합에 그쳤다.
BNY멜론의 제프 유 외환 전략가는 지난 20일간 고객들이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달러화를 매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전략가에 따르면 이들은 일본 엔화와 캐나다 달러, 다양한 남미 통화를 매수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일본 엔화 가치를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엔화는 달러화 대비 약 12% 절하됐는데 이달 들어서는 1.5%가량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 전략가는 엔화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일본은행(BOJ)이 초 완화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을 논의할 가능성을 내비친 점 역시 엔화 강세의 추가 여지를 점치는 근거다.
달러화 약세는 신흥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롬바드 오디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플로리안 이엘포 매크로 책임자는 "우리는 신흥시장 주식과 원자재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완화할 조짐을 보이는 점 역시 2024년 미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할 요인으로 꼽힌다. 아문디의 프란체스코 산드리니 멀티에셋 전략 책임자는 "2024년으로 가면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덜해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를 더 보유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드리니 전략 책임자는 "신흥시장에 대한 많은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와 지정학적 우려가 다소 상충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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