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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선거제 개편 두고 진통…'병립형 회귀' 시사 이재명에 이낙연 "약속 지켜야"

기사등록 : 2023-11-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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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냐"
이낙연 "승부는 그렇게 단순히 규정되는 것 아냐"

[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내년 총선에서 적용될 선거제 개편의 핵심인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 현행인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민주당 내 진통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승부와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는 게 국민들이 더 바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지향했던 가치와 배치되는 결정을 하거나 민주당의 오랜 응원단이었던 시민사회의 기대를 저버렸을 때, 그것이 승리로 갈까 아닐까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 DB]

선거제 개편과 관련 민주당 내에선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당초 지난 29일로 예정됐던 의원총회 역시 "충분한 시간 동안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30일 본회의 전후로 순연됐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지난 28일 김상희 의원 대표발의로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한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외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병립형 회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해당 방송에서 이 대표는 "정상적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개혁을 뒤집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승부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지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예전부터 견지해 온 하나의 원칙"으로 다당제를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보면 두 개 정당이 다 싫다는 사람들이 30%쯤 된다. 그 30%의 입장에서 내년 총선은 정답 없는 시험지를 받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지할 곳이 없고 내 마음이 갈 곳이 없다 하는 분들께 선택 기회를 드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당제가 필요하다"면서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하는 준연동형제의 유지가 지금 시대의 요구에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부각했다.

지난 26일 최병천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자체 시뮬레이션 조사에 따르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며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최소 26석 의석을 빼앗길 수 있다.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서보다 더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면 병립형을 도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쪽이든 이 대표에겐 자신의 대선 공약을 파기하게 되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

당내 혁신계를 자처하며 출범한 대표적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 모임인 '원칙과상식'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만일 우리 당이 국민의힘 핑계 대고 병립형에 합의한다면 그것은 정치야합"이라 밝혔다.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 의원은 지난 29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며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얘기냐"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전부터 줄곧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를 강조해 온 이탄희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와 위성정당 금지, 지도부의 결단을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용인정 대신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당의 본질을 지키자. 당장 이익보다 대의와 가치를 선택하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연동형 비례선거제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국회 정개특위가 진행한 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위성정당 창당 방지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지도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하면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건데, 법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며 "연동형으로 가서 만약 우리가 원내 1당이 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지냐, 잘못될 경우 자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의원은 "이 대표 역시 이를 우려하는 것"이라며 "연동형으로 갔을 경우 제3지대가 활성화되고, 우리 당에 있던 이들이 탈당해서 정당을 차릴 경우 연동형이 유리하다. (연동형 주장은) 내부의 노림일 수도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yunhu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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