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전국 법관 대표들이 법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올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법관이 지켜야 할 구체적인 SNS 사용 지침은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법관 스스로 SNS를 이용할 때 유의해야 한다는 선에서 논의가 그쳐 정치 성향 노출 의혹 등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을 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 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12.04 pangbin@newspim.com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차 정기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재적 인원 99명 중 53명(53.5%)이 "법관은 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2년 5월 17일 '법관이 SNS를 사용할 때 유의할 사항'과 2015년 3월 12일 '법관이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의견표명 시 유의할 사항'을 권고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권고의견 제시 후 임관한 법관들에게는 그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회의를 통해 전국의 법관들과 다시 한 번 SNS 사용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자 해당 안건을 의안으로 올렸다.
특히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과거 SNS에 정치 성향이 드러날 만한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의 정치 성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데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박 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인 2022년 3월 15일 본인의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트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자꾸 두드리면 언젠가 세상은 바뀐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회 심의를 열고 박 판사에게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SNS 사용 유의사항에 관한 의안의 연장선으로 "대법원이 법관의 SNS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참여를 보장해 일선 법관 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안도 올랐지만 부결됐다.
전국 법관 대표들 사이에서 SNS 사용 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이를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는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은 것이다.
이날 법관 대표들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공격행위에 대해 법원 차원에서 대응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신속하게 연구, 도입돼야 한다"는 의안도 가결했다.
앞서 한 보수단체는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이유로 서초동과 강남역 일대에 유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경찰에 고발당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판사 개인의 신상을 터는 등 공격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법관 개인이 아닌 사법부 차원에서 이에 대응해 사법권의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연구와 도입 필요성을 논의하고 이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촉구하고자 해당 안건을 의안으로 올렸다.
법관 대표들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후보자를 지원하는 '인사청문준비단'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해당 조직의 구성과 역할 범위를 규율하는 내규(예규)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안도 가결했다. 회의 재적 인원 92명 중 52명(56.5%)이 찬성했다.
내규를 제정할 때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준비단의 의견이 법원 전체의 의견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안 또한 재적 90명 중 찬성 46명(51.5%)으로 가결됐다.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에 관한 법관대표회의를 통과했다. 법관 대표들은 "시니어판사 제도는 실질적인 법관 증원 효과를 거두고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을 기본 방향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 법관 임용 최소 법조경력기간 단축에 ▲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 ▲ 전국법관대표회의 내규 개정 ▲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사법권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촉구 등의 의안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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