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노사 단체협약에서 사망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라면 사망퇴직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닌 해당 유족의 고유 재산이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원고 A씨 등이 농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상고심을 열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는 한편, 농협은행 패소 부분을 자판했다.
A씨는 망인 B씨의 처로, B씨는 2012년 4월 농협 근무 중 사망했다. 사망 시 B씨 퇴직금은 1억868만원이 발생했다. 농협 단체협약에는 "사망으로 인한 퇴직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유족에게 지급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당시 B씨에 대해 농협은 1억500만원을 비롯해 또 다른 피고 두 회사에서 6300만원씩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A씨는 같은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한정승인심판을 청구하면서 이 사건 사망퇴직금이 망인의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상속재산목록에 포함시켰고, 해당 법원은 2012년 7월 A씨의 한정승인신고를 받아들였다.
이후 농협 등 피고들은 B씨 사망퇴직금 지급채권을 가압류 또는 압류했고, 농협은 2013년 11월 이 사건 사망퇴직금 중 50%에 해당하는 5434만원을 공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에 대해 A씨는 사망퇴직금에 대한 압류명령이 집행채무자인 원고들에게 송달된 2013년 1월경 이미 이 사건 퇴직금 전부에 관해 상속인인 A씨의 고유 재산으로, 피고들에 대한 책임재산이 될 수 없으므로 압류 및 추심명령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농협은 공탁절차에 따라 배당받은 돈 및 원고들의 한정승인절차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돈이 적법한 원인에 따른 것으로 부당이득이라 할 수 없고, 설령 고유재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청구권은 3년의 경과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했다.
상고심 쟁점은 단체협약에서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사망퇴직금의 법적 성질을 유족의 고유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사망퇴직금에 근로기준법상 지연손해금 이율(연 20%) 적용 여부였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에 3622만원과 A씨 두 자녀에게 각 3105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농협이 A씨에게 6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농협 외에 다른 피고 두 회사에는 각각 567만원과 466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단체협약 및 퇴직금규정에서 수급자를 민법상 상속인이 아닌 근로기준법상 유족으로 명시하고 있는 점, 사망퇴직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형성된 근로자의 유족을 수급권자로 하는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관계로 규율함이 상당한 점을 종합해보면, 사망퇴직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근로기준법상 유족의 고유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원심 판결을 일부 수긍하면서도, 농협 일부 패소 부분에 대해 파기하고 다시 재판했다.
대법은 "원심은 이 사건 사망퇴직금이 근로기준법 제82조, 같은법 시행령 제48조 제1항에서 정한 '유족'에 해당하는 원고 A의 고유재산으로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 사망퇴직금의 법적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 지급하지 않으면 20% 지연이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인정되는 경우 지연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대법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할 수 없고, (농협)은행이 망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법 관계자는 "단체협약에 의해 근로기준법상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사망퇴직금이 해당 유족의 고유 재산이라 하더라도 퇴직급여법에 따른 퇴직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그 지연손해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7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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