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고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뺑소니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운전자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모(28) 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뇌사상태에 빠트린 신모씨. [사진=뉴스핌DB] |
검찰은 "피고인은 피부 치료를 빙자해 상습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해 온 자로 운전을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상태임에도 의사 말을 무시하고 운전대를 잡았다"며 "브레이크만 제때 밟았어도 피해자를 들이받는 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충격한 직후 가속 페달을 밟아 2차 충격을 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기는커녕 운전석에 앉아 휴대폰만 만지며 신고하지 않았고 차량 밑에 피해자가 깔린 것을 알면서 후진하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며 "자신을 체포한 경찰에 항의하거나 실소를 내뱉고 농담 섞인 통화를 하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차도를 달리던 차량이 별안간 핸들을 돌려 평범하게 인도를 걷던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로 우리 중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신씨는 이날 진행된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도주할 의사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치료를 빙자해 약물을 과다하게 투약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고통 받은 고인과 평생 고통 받을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평생 잘못을 반성하며 살겠다.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고 울먹였다.
신씨 측 변호인은 "치료 후 좀 더 휴식을 취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했으나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대한 판결을 부탁드린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구형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중형 선고를 촉구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신씨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와 도주치사죄는 각각 법정형에 최고 무기징역형을 규정해 두고 있다"며 "이번 롤스로이스 사건 같이 죄질이 중하고 정상관계가 불량한 사건에서조차 중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마약 범죄와 교통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무너뜨려 법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사회 안전망이 허술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홀로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한 지 1년가량 지난 사회초년생은 27세의 짧은 생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신씨에 대한 준엄한 심판과 함께 최대한의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씨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24일에 열린다.
앞서 신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8시1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 A(26·여)씨를 들이받고 도주해 A씨에게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사건 발생 직전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에서 슈링크 시술(피부탄력개선)을 빙자해 수면마취제로 불리는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지난달 25일 사망하자 신씨의 혐의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을 신청했고 최 판사는 이를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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