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어린이집의 평가등급 부여결정을 하면서 문서 또는 전자문서로 고지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하는 것은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가 정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평가인증등급확인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경기도 이천시에서 B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으로, B어린이집은 2014년 공공형 어린이집에 선정됐고 2017년 재선정됐다. 공공형 어린이집, 즉 우수 어린이집(A등급)으로 선정된 어린이집은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나 보다 강화된 운영 기준이 적용된다.
어린이집 평가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보육진흥원은 해당 어린이집의 평가인증 유효기간이 임박하자 2020년 2월 현장점검을 시행했고, 어린이집 조리실 식자재 창고 내에서 뚜껑이 열린 채로 보관 중인 18kg 물엿 한 통을 발견했다.
이에 한국보육진흥원은 물엿의 관리 상태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2020 어린이집 평가 매뉴얼' 중 급·간식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해당 어린이집의 기관등급을 B등급으로 평가한 후 보육통합정보시스템 업무연락 형식으로 A씨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A씨는 한국보육진흥원에 소명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복지부는 평가 결과를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했고, 경기도는 평가 결과를 근거로 B어린이집의 공공형어린이집 선정을 취소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등급 평가는 소속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비용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되는 등 어린이집의 법적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그 평가등급 결정은 명백히 행정법상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B어린이집의 평가등급을 A에서 B로 강등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면서 별도로 통보하거나 문서 또는 전자문서로 고지하지 않았고,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정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만 공시했다. 이후 A씨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처분문서를 별도로 교부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평가등급 부여 처분은 A씨에 대한 권리 제한적 효과가 매우 큰 침익적 처분에 해당하고, 신속한 처리의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해당 처분은 절차적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복지부가 공표를 통해 B어린이집의 평가등급 부여결정을 외부에 표시한 것은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평가등급 부여결정을 하면서 이를 A씨에게 문서 또는 전자문서로 고지하지 않은 것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이어 "어린이집 설치·운영자는 어린이집 평가등급 등 평가 결과 공표 전 평가 결과를 통지받아 소명자료를 제출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므로, 공표되는 평가 결과의 내용·공표 시기 등을 미리 예상할 수 있다"며 "따라서 개별적으로 문서 또는 전자문서로 고지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한 평가등급 부여처분 무효 청구 부분이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해당해 합일확정의 필요에 따라 주위적 피고인 정부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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