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본격 시작될 것이란 위기감이 업계에 고조되고 있다.
최근 4~5년간 이어진 주택경기 호황에 따라 황금알을 낳던 PF사업이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 사업성 하락 등에 타격을 맞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4조원이 넘는 PF를 보유한 태영건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건설사마저 흔들리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더욱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확산하고 있어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PF우발채무 증가에 연체율은 상승...건설업 '연쇄도산' 우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조만간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건설업계가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PF대출 상환 문제로 워크아웃에 돌입할 경우 건설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회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건설사도 PF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진행 중인 PF의 사업성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사진=태영건설] |
PF 우발채무가 급증하면서 부실 리스크가 덩달아 커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PF우발채무 규모는 올해 8월 말 기준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18조원보다 4조8000억원(29%) 증가했다. 기업등급별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 AA등급 건설사가 6조원, GS건설과 대우건설 등 A등급이 13조원 늘었다. BBB등급이 대부분인 중견 건설사들도 3조원 가량 증가했다. 신규 사업을 늘린 반면 기존 사업은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등을 이유로 지체되면서 PF사업 보유 규모가 불어났다.
PF우발채무는 건설사가 시행사에 대해 보증한 PF 대출을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떠안게 되는 채무를 말한다. 채무의 상당 부분이 금융회사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건설사뿐 아니라 금융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PF대출 연체율까지 올라가고 있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치솟았다. 대출 규모가 단기간에 급증한 데다 연체율이 높아지자 금융사들이 PF 만기 연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태영건설은 오는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를 해결해야 한다.
◆ 공기지연, 부실시공 우려에 입주 예정자도 피해 불가피
건설사들이 대거 워크아웃에 돌입할 경우 주택시장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은행의 주도하에 워크아웃 건설사는 기업 건전성 강화에 들어간다. 비주력 계열사 매각, PF사업 정리, 고강도 구조조정 등이 주요 작업이다.
이 경우 진행 중인 사업의 공기가 지연될 여지가 있다. 프로젝트별로 사업성, 공사비, 금융조건 등의 재평가한 뒤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공사 중에 부도가 나도 통상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험을 들기 때문에 준공에는 문제가 없다. 현행 주택법상 일반분양 30가구 이상의 주택사업은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입주 지연, 부실공사 가능성 등으로 입주 예정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태영건설은 지난 3분기 기준 건설부문 사업장이 74곳이다. 전체 도급액은 7조6239억원 규모로, 이 중 도급액 2000억원 넘는 중대형 사업장은 용인8구역 주택재개발(2521억원), 강릉시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2629억원), 부산 메디컬카운티 지역주택조합(2553억원), 과천지식정보타운공동주택(S-4BL) 건설사업(2368억원) 등이다. 공사비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공공공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태영건설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리(13·14공구) 구간 예정 준공일을 내년 12월로 연장했다. 기존 준공일(지난 20일)에서 1년 정도 지연된 것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PF우발채무 차환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내년에도 이 문제가 쉽기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경기 부진으로 금융권이 건설업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견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위험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