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구순(九旬)의 창업회장이 눈물이 보이며 지원을 호소했던 태영건설이 불과 하루 만에 정부와 업계의 질타를 받으며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지난 4일 태영건설 측의 자구안에 대해 "남의 뼈를 깎는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나온 후 태영은 즉각 사재출연 계획을 발표했지만 턱없이 적은 금액이란 논란이 일었다. 이어 5일에는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현금 지원을 약속했던 416억원에 대해 영구채 발행과 인수 방식으로 '우회 지원'키로 하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영구채 인수는 지주사의 연대보증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되며 결국 부실 계열사에 대한 '꼬리 자르기'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하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결정될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
5일 건설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자구안에 대해 전 업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채권단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자구안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오전 원격 화상 이사회를 열고 영구채 발행의 건을 처리했다. 인수자는 윤석민 사내이사(회장)이고 발행인은 티와이홀딩스다. 사채 종류는 무기명 무보증 사모사채(영구채)로 총액은 416억원이다. 만기는 30년 이지만 만기는 무기한 연기도 가능하다. 이번 사채 발행 목적은 그룹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사채(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영구채를 매입한 돈은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이다. 전날 태영그룹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416억원을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자금은 태영건설로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윤세영 회장 일가는 사재인 매각대금을 티와이홀딩스에 출연해 지분을 지키면서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셈이 됐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현금 출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우회지원을 택한 태영그룹 측에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윤 회장 일가가 태영건설에 직접 현금 지원을 한 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실패해 회생절차를 밟거나 태영건설의 부실이 드러날 경우 지원한 돈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채권단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주관으로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부행장 회의를 열고 태영그룹을 강하게 압박했다.
산은은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담보 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3가지 자구안도 확약하고 즉각적으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태영그룹측의 연대보증 채무액을 포함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산은은 "태영그룹의 이러한 주장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티와이홀딩스가 연대보증 채무를 상환해 리스크를 경감하는 것은 티와이홀딩스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윤세영 창업회장이 요청한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개별 면담도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윤 창업회장은 11일 전까지 직접 각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런 자구안을 갖고 지주 회장들을 만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들도 각자 다른 이유로 윤 창업회장 면담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실까지 태영그룹의 무성의한 자구안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동종업계인 건설업계에서도 오너 일가의 꼬리 자르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그룹의 현 모습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총선까지 경제상황 악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할 것이란 예상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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