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오는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80일 남겨두고 정부와 국민의힘의 내홍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사퇴 압박을 하고 나서자, 이를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거절하면서 당정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국회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입장에 "저는 선민후사하겠다"라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께 잘 설명드려서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4.01.03 photo@newspim.com |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개입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 그 과정은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겠다"라고 사퇴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선까지 완주하냐'는 질문엔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걸로 안다"고 했다.
정가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전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를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도에 앞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용 의원이 대통령실이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으며, 배경에는 공천 방침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내용을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으로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발표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이유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최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선언과 관련한 시스템 공천 붕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 직후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몰카(몰래카메라) 공작"이라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김경율 비대위원을 시작으로 하태경 의원 등 당내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이나 김 여사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연속적으로 나왔다.
이에 한 비대위원장이 최근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자신의 입장을 일부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서울 마포에서 개최된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발언으로 인해 '시스템 공천'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야당 주도로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에서 재의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공정한 경선 시스템을 통해 대량 탈당 행렬을 막아야 하는데,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과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룰이 대폭 물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상황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총선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다. 안 그래도 여론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인데, 문제를 이렇게 키우면서 선거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은 '내홍', '갈등'과 같은 단어가 헤드라인에 걸려선 안되는 상황이다"라며 "당과 정부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경북 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회동을 통해 당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한 비대위원장이 자리를 고집할 경우 끌어내릴 수 있는 뚜렷한 수단이 없다. 당헌에는 '당 대표의 궐위'에 대한 '비상사태' 규정이 있는 반면, 한 비대위원장 체제는 그 규정에 따라 들어선 비대위이기 때문에 그를 끌어내리려면 "비상사태의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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