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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저출생…용어보다 해법이 우선이다

기사등록 : 2024-01-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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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여성유권자 겨냥해 '저출생' 공약 내놓고 경쟁
수백조 투입하고 출산율 계속 떨어져 0.7명마저 위협
선거에서 '한표' 보다 암울한 상황 반전시킬 해법 필요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주요 정당이 저출산 대책을 4월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거전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가 직접 나서 저출산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관련 대책이 집행될 수 있도록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출산휴가 중 아빠 휴가를 유급 1개월로 늘리는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저출생 대책을 총괄하게 하겠단다. 국민의힘은 이런 1호 공약을 시작으로 아이 돌봄, 주거 문제 등 다른 저출생 대책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온종훈 경제부 정책전문기자

민주당도 이날 총선 4호 공약으로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주거 대책으로 두자녀 출산 시 24평, 세자녀 출산 시 33평 주택을 각각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준 다음 자녀를 낳으면 원리금을 줄여주다가 셋째를 낳으면 전액 감면해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월 10만원씩 펀드를 적립해 주고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 수당을 카드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내놓을 저출산관련 주거, 양육, 보육, 교육 대책에서 일부 차이는 있더라도 민주당과 비슷한 기조의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양당의 저출산관련 공약들이 결과적으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치공방만 하던 거대 양당이 저출산대책에서 모처럼 정책경쟁에 나섰다고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이를 한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저출산의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당장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8년(0.98명)에 1명 아래로 떨어진 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직 수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더욱 줄어 0.7명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며 올해에는 0.6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정당은 지난주 저출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의 국가책임강화"(국민의힘), "저출생 종합대책"(민주당)이라고 발표했다. '저출산'이 인구 문제에 있어서 여성의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여성계 등 시민단체들의 주장 때문에 '저출생'이라는 용어가 최근 대안으로 대두됐다. 용어를 바꾸는 관련 법안 개정안이 국회에서 몇 번 올라왔다가 처리되지 못해 상임위 등에 계류됐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명칭은 '저출산'이다.

또 이 과정에서 출산율(fertility rate)과 출생률(birth rate)은 학문적으로 엄연히 다른 의미로 확립된 전문용어이지 어디에도 성차별이나 여성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인구소멸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젠더 문제로 보면 문제 해결에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그럼에도 선거 공약을 내놓으면서 여야가 동시에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여성 유권자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또 공약의 주요 내용도 주거와 대출 등에 방점을 둔 민주당이 더욱 두드러지지만 여야 모두 현금성 지원대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추가적인 공약이 나올때마다 이같은 현금성 지원대책은 추가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가뜩이나 빠듯한 국가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결국 저출산, 저출생 중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큰 의미가 없다. 저출산 관련 예산이 처음 집행된 2006년 2조1000억원이 투입된 이후 관련 예산이 한해에 10배 이상으로 확대되고 누적 예산이 300조원을 훌쩍 넘겼음에도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7명대까지 떨어지고 이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암울한 현실의 타개가 우선되어야 한다.

매일 들리는 저출생관련 암울한 뉴스들을 하나라도 반전시킬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재정효율성은 양보할수도 있다.

여야는 당장 선거에 이기기 위한 방책으로 저출산 관련 공약을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고 효과를 볼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총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역사'에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ojh11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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