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편지를 동의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형량이 가중됐다. 김 전 교수는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판결에 피해자가 위로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는 이날 오후 2시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30일 항소심 선고를 받고 나오는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2024.01.30 dosong@newspim.com |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교수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와 40시간 성폭력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앞서 1심서 재판부는 김 전 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김 전 교수는 피해자의 실명이 기재된 편지 파일을 페이스북에 게시할 때 실명을 확인하지 못했고 시력이 좋지 않아 피해자가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각 편지 파일에 대해서 실명 이미 게재됐음을 알았다고 보인다"며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 동의 안 받고 편지 파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가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법령 및 입법 취지, 당시 사건 수사 진척 상황, 메신저 내용 및 관련 진술 등의 증거를 고려했을 때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 전 교수의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동의 없이 수사 중인 성폭력 범죄 편지 파일을 게시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았다"며 "실명이 게시된 편지가 다수 인터넷 사이트에 재확산돼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로부터 비난받아 결국 개명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1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가 항소심에서 전면 부인하고 피해자가 아니기에 가해 성립이 안 돼 2차 가해가 성립 못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으며 또한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게시하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고의성 여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었는데 매우 아쉽다"며 "재판부의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판의 과정은 매우 공정했다"며 이어 "그 점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감사를 드린다. 피해자가 판결에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해당 재판 결과에 상고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변호사와 의논해 보겠다"고 말을 아끼며 법원을 떠났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실명이 드러난 채로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따르면 누구든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을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
김 전 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실명 노출이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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