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서보민 부장판사)는 31일 김모 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45억3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손해배상 소송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김모씨 등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피해자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과 개별 원고의 후유증 등을 고려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24.01.31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정부가 지난 1975년 발령한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 훈령)'은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적법절차원칙, 영장주의원칙을 위반해 위헌·위법하고 해당 훈령의 발령 및 적용,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산정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 중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 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한 점, 약 35년 이상의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원고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별 수용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개별 원고의 후유증 존부 등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위자료를 가산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총 청구액은 108억3000만원이며 인용된 금액은 45억3500만원이다.
원고 중 한 명인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선고 후 "1심 결과가 나왔는데도 국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하는 것은 세계적 망신을 자초하고 반인권국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항소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경찰 등이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해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등 온갖 인권침해 행위를 겪게 한 사건이다. 당시 총 3만8000명이 입소했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657명이다.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앞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은 지난해 12월 나왔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하모 씨 등 26명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위자료 총 14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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